한라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한라홀딩스를 공식 출범한다. 한라그룹은 이날 핵심 계열사인 만도(060980)를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존속법인)와 사업회사인 만도(신설법인)로 인적 분할한다. 이후 한라홀딩스는 만도, 한라마이스터, 한라스택폴, 만도헬라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 계열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라그룹은 지금까지 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만도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 경영권을 유지해 왔다.
정몽원 회장도 현재 보유 중인 만도 지분 7.71%를 한라홀딩스에 넘기고 그에 상응하는 신주를 대신 받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한라홀딩스의 경영권을, 한라홀딩스는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간소화되는 것이다. 정 회장의 ㈜한라 지분 23.58%는 유지된다.
한라그룹은 이로써 오너의 책임·투명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가 상생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라그룹은 지난달 말 성일모 만도 수석사장을 대표(CEO)로 선임하는 등 관련 임원인사도 마쳤다.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은 정몽원 회장의 17년 조직재건 역사에 방점을 찍는 ‘이벤트’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1997년 1월 취임 후 1년도 안 돼 모진 풍파를 겪었다. 그해 11월 정부가 외환위기를 넘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여파로 다음 달인 12월 부도를 공식 선언해야 했다. 1980년 신군부에 현대양행(현 두산중공업)을 빼앗긴 이후 두 번째로 맞는 그룹 존망이 걸린 위기였다.
정 회장은 한라건설(현 ㈜한라)을 뺀 모든 계열사를 매각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과 한라시멘트(현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물론, 자동차부품사업과 만도기계 역시 분할 매각했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한 채 수습에 나섰다. 이 덕분에 구 한라그룹 계열사는 지금까지 모두 견실한 기업으로 존속해 있다.
정 회장은 이후 줄곧 과거 재계순위 12위(1996년)의 내실 있는 종합중공업그룹으로의 부활 행보를 이어갔다. ㈜한라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1999년 매각했던 만도를 9년 만인 2008년 되찾고, 연 매출 5조6000억원, 글로벌 43위(2013년) 부품사로 성장시켰다. 한라그룹의 재계 순위도 어느덧 39위(2013년)까지 올랐다.
한라그룹은 여기에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경영권을 한층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를 통한 신사업 진출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한 한국타이어도 지주사를 통해 신사업을 모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라그룹은 한라비스테온공조, 위니아만도 등 옛 계열사의 M&A 소식이 있을 때마다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꼽힌다.
◇‘만도도 살리고 한라도 살리고’ 일거양득
만도는 지난해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에 약 3,400억원을 유상증자한 이후 순환출자 이슈에 시달려 왔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었고, 특히 올 들어서는 유럽과 중국, 미국에 생산공장을 신·증설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도 세간의 우려는 이어졌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으로 이런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날 전망이다.
㈜한라에게도 이번 지주사 체제 전환은 이익이다.㈜한라가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한라홀딩스의 지분(17.29%)을 처분하면 현금 여력이 발생,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한라는 지난해 적자에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 325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 3월에는 서울 복합쇼핑몰 하이힐을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과 KCC에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 정몽원 회장은 최근 “한라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추가 지원의 필요성이 없다”며 “올해 반드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