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박근혜 후보의 독주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문수 후보의 날선 ‘박근혜 때리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 후보 지지자들은 “너무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재미없는 경선에 그나마 ‘경쟁 요소’가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박 후보 지지자 모임인 ‘대한민국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최근 김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이 모임의 한 회원은 김 후보를 향해 “김문수는 정치 은퇴 준비 중이거나 민주당 앞잡이거나 경선 후 탈당하고 안철수한테 가서 1등 공신 역할을 꿈꾸거나”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최근 김 후보가 박 후보와 각을 세우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데에 따른 반발이다. 김 후보는 홍보 동영상을 통해 박 후보와 고(故) 최태민 목사가 함께 찍힌 사진을 선보이기도 하고, 지난 10일에는 “박근혜 후보의 최측근이 바로 공천 장사를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후보는 급기야 9일 박 후보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멱살을 잡히는 수난을 당했다. 이 소식을 접한 박사모 회원들은 “남자(김 후보)가 가까이 오면 땀 냄새도 나고 날도 더운데 짜증이 난다”고 비꼬았고, “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도 할 걸”, “저 같으면 오른손 주먹으로 강펀치를 날려 KO부터 시키겠다” 등 김 후보를 비판했다.
박 후보 캠프의 속내는 복잡하다. 조윤선 캠프 대변인은 ‘멱살 사건’이 알려지자 곧바로 우려를 나타내며 “우리모두는 새누리당의 울타리에 하나가 돼야 하는 가족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홍사덕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 12일 기자들에게 “김문수 후보는 덧셈의 큰 대상”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며칠 전 이재오 의원을 만났다고 밝히는 등 김문수, 이재오 등 비박 인사들을 포용하려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후보 캠프는 그러면서도 김 후보에 대한 제재를 당 경선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박 후보 캠프는 지난 10일 경선관리위에 “김 후보의 발언은 상대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명백한 비방이자 흑색선전”이라며 김종인·홍사덕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명의로 제재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이상일 캠프 대변인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의 제재를 요구한 것은) 경선을 페어플레이하자는 취지”라며 “경선이 끝나면 우리는 하나가 돼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선에서의 ‘상처’를 최소화하되, 경선 뒤의 ‘후유증’도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김 지사 캠프는 박 후보 측의 ‘화해’ 제스쳐에도 불구, 공세를 이어갈 뜻을 명확히 했다. 신지호 선대위원장은 홍사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되는 건으로 선관위에 제재요청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덧셈의 대상이라고 하면 말의 진정성이 없다”며 “경선의 1차 기능은 바로 후보 검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