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의 직설] 금융부문의 역할과 책임(R&R)

최공필 기자I 2011.12.27 10: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7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최공필 칼럼니스트] 최근 유로사태의 전개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금융안정의 중요성과 동시에 이를 지키기 위한 공공부문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납세자의 돈으로 움직이는 공공부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속사정은 공공의 감시망이 기존의 이해관계로 종종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위기의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납세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지만 최근까지도 기득권들의 이익보호가 사실상 우선시되었다.

자본주의의 핵심이 이익추구지만 아직도 파악되기 힘든 일방적인 비용전가의 구도는 자본주의의 건전한 작동을 헤치고 우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다. 즉,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대가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기 쉽고 지배구조로 왜곡된 각종 위험은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안겨진다. 이렇게 투자주체나 손실책임을 파악하기 어려운 공정하지 못한 경쟁구도는 아직도 엄연히 남아있다.
 
이러한 배경하에 금융이 본연의 자원배분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는 어렵다. 금융이 제기능을 회복하려면 시장에서 걸러지지 않은 소수의 독단적인 판단이 우선시 되는 환경부터 관리되어야 한다. 더욱이 금융의 기본을 회복하려는 노력 없이 외형적 발전만 추구할 경우 역효과는 불가피하다.

아직도 신흥시장의 시장여건은 금융본연의 기능 수행에 턱없이 부족하다. 재원은 국경을 넘나드는데 정작 투자결정에 필요한 정보 생산과 활용은 미흡하다. 그러니 자금은 흐르지만 투기적으로 편향되기 쉽고 연관된 불안정성을 관리하느라 국가기구는 역량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정되는 위험관리수단은 부동산과 미재무성 증권 사재기일 뿐이다. 위험관리수단이 고갈된 상태이다.
 
속도조절을 위해 브레이크와 엑셀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균형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시사한다. 분명한 사실은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의 도움없이 납세자를 담보로 한 정부주도의 발전전략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을 내세운 유사전략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최근 관련 추세는 대마불사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일단 자산크기가 큰 기관들의 부실로 인해 납세자가 인질로 잡히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형 은행들은 시스템 위험관리차원에서 다른 기관과의 연계를 제한하려 한다. 영국과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에 반영된 몇가지 중요사안들은 극한상황에서도 Tier 1 common을 5% 수준으로 유지하고 특정회사에 대한 신용노출을 자본의 25% 이내로 제한하는 동시에 30일간의 현금흐름에 해당하는 유동자산 보유를 의무화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의 위험을 고려하여 다른 은행이나 비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노출 정도도 자본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형 헤지펀드 등의 시도는 바람직한 측면도 많으나 위기때 마다 국민에게 손을 벌려온 우리의 역사를 참고하여 적절한 안전장치가 사전에 강구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납세자와 투자자가 무엇을 원하는 가가 보다 명확해야 미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기본을 무시한 대가가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이제 우리는 금융의 역할 재정립을 통한 “금융안정”이라는 공공재의 중요성을 모두가 되새겨 보고 이를 정당한 방식으로 반영시켜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