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항구 칼럼니스트] 올 한해 국내 완성차업체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해외 현지 생산 판매가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한국GM 등은 모기업이 파산하거나 경영난에 빠져 일시적인 위기에 직면했으나, 중소형차 부문에서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모기업의 회생과 정상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 부품업계도 동반성장할 수 있었다. 중소형차 생산구조에 수출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됐고, 외국 경쟁업체의 연이은 악재가 국내업체에겐 호재로 작용한 덕분이다.
동시에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요인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 향상을 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비용, 품질과 납기의 기본역량을 강화했고 연구개발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디자인경영을 강화해 혁신역량을 배양했다.
모듈화를 통해 공정 효율성을 높였고, 세계 주요 시장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별화된 모델을 개발해 공급하는 한편 경기침체 속에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독일과 일본 완성차업체 최고경영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잘나갈 때가 위기’라는 생각을 한시도 떨쳐 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내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환경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높은 대형차만을 고집해 온 미국의 빅 3가 미국정부의 압력과 고수익의 환상에서 깨어나 소형차를 개발해 생산하고, 일본업체들도 절치부심의 각오로 세계 시장 탈환에 나서고 있다. 서유럽의 완성차업계는 소형 클린디젤 자동차를 앞세워 일본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연비면에서 무색케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가 있다. 내년도 내수는 정체되거나 금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고, 환율 절상 속에 해외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서서히 찾아오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속도로 다가올 수 있다. GM의 파산이 전자에 속한다면 도요타의 위기는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해외시장과 경쟁업체의 동향 파악과 함께 내부결속도 다져나가야 한다. 2008년 이후 국내 자동차업계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노사안정과 함께 완성차업계와 부품업계가 긴밀히 협조해 왔고, 정부도 시의적절하게 지원 방안을 수립해 운용해 왔기에 그 저력을 믿는다.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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