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수요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동안 움츠렸던 일본 자동차업체를 비롯한 미국업체들의 대공세,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한 폭스바겐의 공격적 판매전략으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車 수요 꽁꽁..`한치 앞 내다보기 힘들어`
당장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내수판매가 2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고 지난달 완성차업체 5개사의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6%나 빠졌다. 당초 120만대의 내수 판매목표 달성을 자신했던 현대·기아차마저도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연국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연간 내수시장 규모를 162만대로 추산했지만 4분기 들어 10% 이상 줄었다"며 "당초 예측치에 못 미친 156만~157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글로벌 시장 전망 역시 당초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선진국 시장은 경제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성장세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차(005380)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박홍재 소장은 "최근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도 우리나라처럼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달려있겠지만 지금 상황만을 봐서는 당초의 내년 전망치보다 더 안좋아 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10월 `2012년 경영환경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자동차판매가 전년보다 4.2% 증가한 7855만대로 전망했다.
◇수요는 `찔끔`, 공급 경쟁은 `격화`
이처럼 수요 증가는 제한적인 가운데 공급측면에선 업체들의 공세로 경쟁 격화가 예상된다. 시장상황은 안 좋은데 공세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인한 가격경쟁도 불가피 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일본업체들의 대반격은 현대·기아차엔 위협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10월 미국에 출시된 도요타의 신형 캠리는 기존 모델보다 2000달러나 싸게 책정되는 등 공격적 가격정책을 펴고 있다. 현대차 쏘나타를 겨냥한 마케팅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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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도 "해외에서 현대·기아차의 주력은 소형차"라며 "그동안 미국업체 등이 소형차를 등한시 하는 동안 신흥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렸지만 내년부터는 일본업체에 이어 미국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한 폭스바겐의 판매드라이브 강화도 변수다. 폭스바겐은 최근 소형차 `업`(A세그먼트)을 기존 경쟁모델보다 낮은 1만 유로 이하의 가격으로 내놨다. 내년엔 중국에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A세그먼트 신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반면 전반적인 자동차산업 위축에도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지속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가 지금처럼 브릭스(BRICs)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선진시장에서 추가적인 판매증가만 보여준다면 거시적인 경기흐름에 크게 종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브릭스 모든 국가에 생산공장을 가진 유일한 업체이면서 동시에 2대 자동차 소비지역인 미국, 유럽과 FTA 체결국에 포함된 업체라는 점은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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