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가 채무위기 확산으로 각국의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자금이 많이 유입돼 있는 신흥시장국 경제도 불안정해 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미국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와 한국경제연구회(KES)가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유로존에서 성장모멘텀이 꺾이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가 많은 중심국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양상"이라며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확대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유로지역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애로가 지속될 경우 신흥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시에 유출되면서 신흥시장국 경제에도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1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해 웰스파고, 씨티그룹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지난 19일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 은행 7곳을 무더기로 내린 바 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지면 은행은 투자금 환수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김 총재는 선진국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부채를 함께 줄여야 하는 상황이 경기회복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지목했다.
또 낮은 정책금리로 경기부양을 위한 선진국의 정책 여력이 취약하다는 점, 국가부채 해결 방안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내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김 총재는 "신흥시장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해야 하지만 아직 해외의존도가 높은데다 인플레이션 압력, 국제자본 유입에 따른 자산시장 과열로 확장적 정책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