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출구 전략]③악몽 벗어나자..건설사 `안간힘`

이진철 기자I 2011.07.14 12:25:00

신규분양 잇단 연기.. 미분양 해소가 먼저
분양가 최고 2억원 깎아주고..경쟁사와 협력도
지방 미분양 감소에 유동성 위기 한숨 돌려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자체 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형건설사인 H사는 지난 2000년부터 연간 1만가구 내외의 주택공급 실적을 자랑하며 국내 건설업계 대표 디벨로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주택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주택공급실적은 3400여가구에 불과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선 신규분양에 나서는 것보다 1000여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사인 K사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자체주택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률이 7~11%을 기록하며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 미분양이 쌓이면서 금융비융이 늘어났고,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과거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9%에 그쳤다.

이같은 H사와 K사의 사례는 다른 건설업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2008년 이후 미분양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아파트 분양을 연기하거나 사업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신규 분양보다도 기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선결과제인 것이다.

◇ 미분양 악몽 벗어날 희망 보인다

올들어 지방분양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건설사들은 미분양 악몽에서 한숨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이 집중된 2006년 이후 지방은 신규 분양물량이 대거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에 적극 나선 것도 큰 몫을 했다.

특히 부산 등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전세난에 따른 전세가 및 매매가 동반 상승과 매매수요 견인이 이어지면서 시장 상황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지게 됐다.

노두승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건설사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었던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매매가 상승, 신규 분양물량 증가 등 각종 시장지표들이 호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내부적으로는 주택관련 부서 통폐합, 인력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대외적으로는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을 감안해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전략을 세우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9년 주택공급 과잉시기에 대구와 천안 등에서 준공후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은 건설사들은 분양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준공후에도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PF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임대로 전환해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PF대출 원금 일부와 이자를 상환해 위기를 넘겼다.

◇ 분양가 최고 2억원 깎아주기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경쟁관계인 건설사들이 협력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계룡건설, 호반건설, 우림건설, 동원개발 5개 업체는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미분양 물량에 대해 합동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1억원 이상 통큰 할인 분양에 나서는 것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발코니 확장비용을 빼주는 것은 기본이고, 분양가에서 10~25%의 할인률을 적용해 많게는 초기분양가 대비 최고 2억원을 깎아주기도 한다.

SK건설의 경우 작년까지 8억3700만원에 분양한 서울 양천구 `수명산 SK뷰` 143㎡를 20% 할인해 6억6960만원에 팔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서울 마포 펜트라우스를 최초 분양가 대비 최고 2억5000만원, 평균 16% 인하된 가격에 재분양했다.

수백억원을 투입한 조경시설로 명품단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각종 옵션을 무료로 제공해 미분양 해소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GS건설(006360)의 `일산자이 위시티`는 그루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소나무 2200여그루를 심었다. 단지의 전체 조경비는 600억원으로 당초 사업승인 때 계획한 3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났지만 특화된 조경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미분양 마케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극동건설의 `파주 스타클래스`는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의 제품들을 무상으로 제공해준다. 유아를 대상으로 단지내 보육시설을 2년간 무료로 운영하며, 초등학생에겐 웅진씽크빅 영어교육기관을 통해 2년간 무료로 영어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전 가구에 웅진코웨이 정수기가 설치되며, 자녀방에는 공기청정기, 부부욕실에는 비데를 지원해준다.

◇ 마진 줄더라도 초기 미분양 막자

최근 전체적인 미분양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미분양은 증가하고, 지방의 미분양만 감소하는 상황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도권 분양물량이 좀처럼 소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신규분양 마케팅에서 초기 마진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갖가지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대우건설(047040)은 대단지아파트의 분양물량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시차를 두고 쪼개 분양하는 `분할 분양`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와 올해 부산지역에서 `분할 분양`으로 두차례로 나눠 공급한 사업장 2곳이 잇따라 분양에 성공한 바 있다. 올들어 수도권에서 공급한 `시흥6차 푸르지오`도 총 1903가구를 분양하면서 769가구는 1차로 지난 6월 먼저 공급하고, 나머지 1134가구는 하반기에 분양을 준비중이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해 시세차익 기대감을 높여 청약수요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대림산업(000210)은 천안시 두정동에서 `두정 2차 e편한세상`에 대해 분양가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 대림산업은 `두정 2차 편한세상`의 평균 분양가격을 3.3㎡당 평균 770만원으로 책정, 3년전 천안지역에 공급된 미분양 아파트의 할인가격과 비슷하게 책정하기도 했다.

분양대행사 세중코리아의 김학권 사장은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할인 등으로 계약조건을 낮추면서 실수요자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가격, 면적, 계약조건 3박자가 수요층과 맞아 떨어진 미분양은 판매가 꾸준한 반면 대형면적은 수백명의 대규모 분양인력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도 성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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