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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치는 법으론 곤란..융합 담을 `그릇` 만든다

박기용 기자I 2010.03.26 06:00:00

지식경제부,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 발족
기업들 "융합 법·제도 미흡..지연사례 다수"
신제품 지원·인프라 구축..9월 국회에 제출

[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지난 2004년 LG전자(066570)는 혈당측정과 투약관리 등의 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당뇨폰(사진)`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뇨폰이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되면서 LG전자는 사실상 관련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당뇨폰을 제조해 판매하려면 의료기기 판매업자로 허가를 받아 기준에 맞춰 각종 시설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지난 2004년 개발된 LG전자의 `당뇨폰`
당뇨폰만이 아니다. 입는 것만으로 심박 수와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헬스케어 의류`가 개발됐지만 판매 기준이나 사후보상(AS) 기준 수립이 어려워 시장 활성화에 제약을 받았다. 트럭과 지게차를 결합한 `트럭 지게차` 역시 제품 승인이 지연되면서 개발업체가 60여억원의 손해를 봐야했다.

모두 관련 규정이 불명확해 융합 제품의 시장 출시에 차질을 빚은 사례다.

산업계의 융합이 점차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융합에 대한 대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융합을 산업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고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을 추진해가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이와 관련 26일 최경환 장관 주재로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한다.

◇ "융합 법·제도 미흡, 지연사례 다수"..기업들 "융합법 필요"

최 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은 우리나라 성장동력정책에서 한 획을 긋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지난 25년간 `산업발전법` 체제를 토대로 한 업종별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한계를 보완해 시너지를 확보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융합촉진법을 통해 `신섬유개발법`이나 `U헬스케어법` 등 개별 업종별 법제정 수요를 흡수·억제하고, 매번 별도 입법 없이도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융합 규제에 대한 상시적 해결 체계를 만들고, 융합 신제품에 대한 임시 인증을 도입해 융합 촉진을 저해하는 기존 법령 상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융합촉진법과 관련해 정부 컨설팅을 맡은 딜로이트(Deloitte)는 우리나라가 융합산업 발전을 위한 전반적인 법·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융합제품이나 신산업을 촉진하기에 기존 법령이나 규정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역시 조사대상인 1346개 기업 중 41.0%가 융합제품의 사업화 과정에서 시장출시 지연 등의 애로를 경험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역시 융합상품에 대한 법·제도 미비(25.0%)였다.

이러다보니 설문에 응한 기업 중 91.5%가 융합촉진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등 산업계의 융합법 제정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 융합 신제품 정책지원, 인프라 구축..9월 정기국회 제출

이에 따라 정부는 산업계의 애로와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실효성을 갖춘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융합 신제품의 발전단계에 따른 정책지원과 융합 인프라 구축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 업종별 법령과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에 법안의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신산업 촉진에 장애가 없도록 신산업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별도의 입법 없이도 신산업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융합특성화대학 등을 설치하는 등 융합 인프라도 구축한다.

정부는 오는 5월 중 산업융합촉진법안의 법제처 제출을 목표로 법안 내용의 보완과 관계부처 협의를 추진해 가기로 했다. 7월까지 심사를 마친 뒤 8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조석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향후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원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해 입법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반영·보완함으로써 향후 기업들의 융합 신제품이나 신시장 창출이 지연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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