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현동기자] 지난해 9월 방카슈랑스가 시행된 이후 은행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행으로서는 대박이 터졌다. 막강한 유통망과 두터운 신뢰도를 바탕으로 신규 수익원 확보와 독식(獨食)과 다름없는 시장점유율은 물론이고 은행에 대한 인지도 확대라는 특별이익까지 얻었다.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 모집수수료
방카슈랑스는 먼저 은행에게 위험없는 수익원을 또하나 선물했다. 보험사들이 은행창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창구 이용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9개 은행을 통해 판매된 방카슈랑스 상품은 모두 40만5000건, 2조1710억원이다. 이중 94.9%(2조 407억원)이 은행 창구를 통해 팔렸다. 이에 대한 댓가로 은행은 보험사로부터 1111억원의 모집수수료를 받았다. 여기서 판매관리비 369억원을 뺄 경우 은행이 수수료로만 벌어들인 순이익은 742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전체 수수료 수입 9190억원중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이 367억원을 기록하는 등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었던 것은 보험사들이 사업비 지출을 그만큼 늘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명보험회사는 비용으로 쓰이는 사업비를 떼어내고 보험료를 운용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많은 상품은 그만큼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보험소비자가 그 만큼의 몫을 보험료에 지급했다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의 방카슈랑스 자회사인 KB생명이 국민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 계약을 맺고 있는 생명보험사중 은행측에 가장 많은 모집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 계약을 맺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ㆍ교보ㆍ대한ㆍ동양ㆍING생명과 자회사인 KB생명 등이다. 이중 KB생명의 방카슈랑스 모집수수료율(월납 연금보험 기준)은 3.04%이다. 교보(2.51%)ㆍ대한(2.75%)ㆍ동양(2.96%) 등은 모두 2%대의 모집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들이 보험사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행위에 대한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의 방카슈랑스 시장 잠식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냈다는 점에 더해 방카슈랑스시장에서 은행의 입지는 갈수록 강화돼 시장을 독식할 정도에 이르렀다.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10개월간(2003.9~2004.6)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생명보험 판매실적은 초회보험료(첫회 보험료) 기준으로 2조7029억원이다. 이는 전체 생·보험판매액의 43%에 달하는 규모이다.
은행은 3조원 수준에 달하는 방카슈랑스 시장의 95.8%를 소화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전부가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증권회사가 나머지 4.2%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들어서는 은행과 증권회사간의 격차가 더 벌어져 생명보험 방카슈랑스의 경우 은행창구 비중은 99.1%로 확대됐다.
은행별로도 4대 은행이 압도적이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이후 이달초까지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9500억원을 판매해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외에 우리은행이 14%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중이고 신한은행(11%), 하나은행(11%) 등도 10% 이상씩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4대 은행이 전체 방카슈랑스 시장의 66.20%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내년 4월 2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1년내에 은행권이 보장성보험 시장의 50%를 잠식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은행창구에서 자동차보험까지 판매할 경우 자동차보험시장의 35%를 은행이 차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일부 있지만 방카슈랑스 도입 1년간의 결과로 비춰봤을 때 은행들의 급속한 잠식으로 이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