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인류의 마지막 재앙으로 불리는 "비만" 이를 치료하기 위한 제약 업체들과 바이오 기업들의 분주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좀처럼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호르몬제 개발업체인 와이스는 다이어트 제품의 부작용에 따른 악몽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와이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다이어트 치료제인 리덕스는 지난 1997년 심장판막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와이스의 악몽을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와이스는 리덕스와 관련한 집단소송에 직면해 126억달러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와이스 만이 아니다. 거대 제약기업 존슨앤존슨과 대표 바이오 기업이라는 암젠 역시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손실만 보고 현재는 그 개발 자체를 중지한 상태다.
제약전문 투자리서치 서비스인 바이오테크트랙커의 애널리스트인 레온 헨더슨은 "아직도 비만치료제의 개발은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기회가 많다"며 "그러나 약품의 성능과 관련한 불확실성과 리스크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고 인정을 받은 제품은 애보트랩의 "마리디아"와 로체의 "제니컬" 등 불과 2종류. 그러나 제니컬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으며 메리디아는 심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일부 유럽시장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상태.
그렇지만 이같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의 제약업체인 사노피와 미국의 레제네론은 제품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막바지 임상실험 단계에 돌입했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화이자와 같은 기업들도 뒤늦게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어 선두 주자들의 추월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선두주자들이 호되게 당했던 시련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좀처럼 개발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로 막대한 시장 규모를 꼽는다.
미국의 질병치료센터에 따르면 전체 미국인 중에 4400만명 이상이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비만의 사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과체중 인구의 비중은 전체 미국민들의 60%를 상회한다. 지금까지 어떤 질환이나 질병도 이처럼 치료 대상이 광범위하지 않았다. 결국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성공만 하면 충분히 이를 보충하고 남는다는 계산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살펴본다면 비만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더욱 막대하다. 현재 임상실험 3단계(정부의 최종 승인 마지막 단계)에 있는 레제네론의 비만치료제에 대한 증권사들의 연간 매출액 추정치는 10억달러에 이른다.
직접적인 비만치료제의 개발과는 별도로 비만의 원인을 제거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비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예방약의 개발인 셈이다.
제약기업 엘리릴리는 최근 호르몬을 이용해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의 개발에 착수했다. 엘리릴리의 대변인 조앤 토드는 "비만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발에 착수했지만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관계자들은 비만 환자에게 직접적인 효과가 미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비만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간접 치료제의 개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또 직접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낮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장점이다.
하버드대학부속병원의 베스이스라엘메디컬센터의 내분비학교수인 바바라 칸은 "향후 10년내에 새로운 비만치료제의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비만을 치료하려는 제약업체들의 분주한 노력과 이를 인정하고 그 파급 효과를 측정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이제 비만은 단순히 사소한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공감대를 요구하는 전인류의 문제가 됐다. 또 제약업체들에게는 시련과 도전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