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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유럽은 자국 내 대표 기술기업이 없어 위기를 겪고 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이후 혁신성이 저하하고 있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 유럽 디지털시장법(DMA) 등에 따른 경쟁 규제 및 인공지능(AI) 규제는 유럽에서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의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은 유럽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드라기 보고서’(Draghi Report)는 유럽이 기술 혁신에서 뒤처졌다고 경고하며 “기술기업에 대한 유럽연합(EU)의 태도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규제로 인한 창업 비용, 준법 비용의 증가로 수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유럽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한국이 이러한 유럽의 접근법을 따르는 데 있다. 일부 국내 기업까지 표적이 되는 한국의 경쟁 관련 입법안은 플랫폼의 ‘행위’가 아닌 ‘규모’를 기준으로 함으로써 혁신을 저해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접근은 공정거래법이 요구하고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잠재적인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집행의 기준으로 삼았던 전통적인 효과기반 분석(effects-based analysis)이 아닌 규모에 따라 대형 플랫폼을 제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유럽의 DMA는 절차적 공정성에 흠결이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전통적으로 경쟁법은 독점적 관행 감시, 저가 촉진, 품질 향상, 혁신 증진을 위해 공정성을 요구한다. 가장 강력하게 경쟁법을 집행해 온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한 조사와 차별적 규제 집행으로 미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처럼 비치는 점이 아쉽다. 미국 기업 및 업계 단체들은 공정위가 제기한 여러 사례에서 절차적 공정성의 흠결을 지적해 왔다. 투명성과 절차적 적법성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 기본 권리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공정위가 한국 경제를 보호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은 투명성과 절차적 적법성의 강화라고 생각한다. 법을 어기는 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절차적 보호 장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제재에 대한 의사결정이 기업의 실제 행위에 근거했는지 또는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의구심을 낳게 된다. 투명성과 절차적 적법성이 강화되면 법 집행의 초점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촉진하는 효과에 맞춰질 것이다.
아태지역 내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규제 환경이 우호적일수록 더 많은 투자가 유입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예측 가능하고 비즈니스가 용이하며 공정한 시장을 원한다. 한국은 이에 부합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관세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면서 아시아의 AI·디지털 플랫폼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