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2045년 대한민국을 상상해보자. 전체 국민 중 약 40%가 만 65세 이상인 ‘노인의 나라’. 전 세계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기로 유명한 서울의 지하철은 승객 10명 중 4명이 무임승차자. 현재 MZ세대는 50대가 되었지만 늦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초·중학생 자녀를 키우며 급증한 노인 인구까지 부양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최근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한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은 법적 노인 연령을 만 65세에서 75세까지 매년 1년씩, 10년에 걸쳐 올리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중근 회장 제안에 공감하며 급격한 고령화로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노인 기준 상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고령화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 10년 뒤인 2035년엔 65세 이상 비중이 29.9%, 20년 뒤인 2045년엔 37.3%로 40%에 육박하게 된다.
문제는 급격한 노령화 속도에 비해 각종 복지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노인복지법)은 기대 수명이 66.1세였던 지난 1981년 제정 이후 43년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그 사이 우리나라 기대 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로 20년 가까이 늘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복지 혜택 수혜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대표적인 혜택인 지하철 무임승차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하철 누적 적자가 18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65세 이상 무임승차자가 급증, 향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2월 여당인 국민의힘과 서울시, 대한노인회 등이 △출·퇴근 시간대 이용제한 △무임승차 연령 만 70세 상향 △무임승차 횟수 제한 등의 해결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중 무임승차 연령은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단계적 상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4·10 총선 등으로 인해 관련 논의는 실종되고 말았다.
서울지하철은 승객 1인당 수송원가(2023년 기준) 1760원보다 평균 운임(962원)이 싼 탓에 승객 1명을 태울 때마다 798원 적자가 나는 구조다. 낮은 평균 운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무임승차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만약 현재의 불안정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년 뒤엔 승객의 40%가 무임승차자가 돼 적자 구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서울지하철의 안전·편리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체 유권자의 20%가량이 누리는 혜택을 줄이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그러나 65세 인구가 40%가 된 미래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관련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