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문제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이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8년째 간암 투병 중인 모친이 위독해져 119구급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돌던 끝에 한 병원에서 받아준다고 해서 다행히 진료를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진통제 맞고 통증을 빨리 완화해야 하는 위급한 병인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응급실 뺑뺑이’로 분투를 다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을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 나와 비판이 일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정 갈등과 관련해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물론 교육부가 해명자료를 통해 이긴다는 표현의 대상이 의사가 아니라 힘든 상황을 이겨내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정부 인식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해당 발언으로 논란에 오른 사람이 의대 입시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이자 교육부 장관이란 점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며 이겨야 할 상대로 신경전을 벌인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에 돌아가고 있다. 최근 만난 119구급대원은 최근 현상을 두고 “응급실 뺑뺑이로 역대급(으로 힘든) 기간”이라고 표현했으며 응급의학과 교수들도 “환자를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군다나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은 정부가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을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다. 정부도 ‘의료계가 참여해 합리적인 대안을 낸다면’ 의료인력 수급 논의 기구에서 2026년 의대 정원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안타까움을 준다.
의료 공백 상황 속에 4개월 넘는 논의를 거쳐 내놓은 개혁안이 성공하려면 의료계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의료계를 자극하기 보다 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이씨 모친처럼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현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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