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절 회사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이 기업어음(CP)과 은행 대출 등 단기차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단기차입금이 비용과 조달 계획 수립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단기차입금 확대에 따른 차환 위험도 비례해 커지기 마련이고,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단기금리가 불리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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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는 14조6159억원 순발행을 기록했지만 2분기 3조6005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3분기 들어 이달 2일까지 3조5108억원 순상환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CP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7조6924억원, 6조6332억원의 순상환 기조였으나 7월부터 이달 2일까지 2조6644억원 순발행으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약 715조원으로 전분기 687조원 대비 4.1% 증가했다. 지난해 말 668조원과 비교하면 7% 증가한 수치다.
국내 기업들의 단기차입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회사채는 상환하고 대신 CP와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선 것이다. 단기차입금은 기업이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기관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1년 이내에 상환 해야되는 차입금을 말한다. CP와 은행 대출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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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1200억원의 회사채 차환에 은행 대출을 활용했다. 금리와 신용등급 등을 고려했을 때 회사채를 발행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른다는 판단에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차환을 위해 은행 대출과 CP를 활용했다. 1500억원 규모의 CP 발행 이후 500억원을 은행 대출로 조달했다.
◇ 조달여건 악화에 사실상 단기차입 강제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을 주요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금융시장 불확실성 영향이 크다. 만기가 도래한 상당수 회사채가 저금리 시절 발행된 탓에 신규 발행으로 대응하기에는 금리 차이에 따른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일 기준 ‘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3.82%로 3년 전 같은 기간 2.02% 대비 1.8%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CP금리는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다.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많은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렸고, CP 시장 유동성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CP 등 단기물에 투자하는 펀드를 뜻한다.
지난 2일 기준 ‘A1’급 3개월물 CP 평균 금리는 3.67%다. 이는 동급인 ‘AA-’급 회사채 3.39%보다 0.28%p 높지만 회사채 미매각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하면 CP가 좀 더 합리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4.26%로 시작한 CP금리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4월 한때 3.57%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CP와 함께 많이 고려하는 은행 대출 역시 회사채와 비교했을 때 금리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4.88%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4.85%, 대기업이 5%다.
특히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 조달 여건이 악화된 기업의 경우 사실상 단기차입금이 강제되는 상황이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회사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발행하더라도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컴투스의 경우 계열사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면서 지난 6월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의 자금조달 담당자는 “회사채를 신규로 발행하기에는 금리와 수요 등 불안요소가 많다”며 “이와 비교했을 때 CP와 은행 대출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금조달이 단기화하면서 재무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금리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아 단기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에 따른 불확실성에 다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적정 단기차입금 비중인 50%를 넘어가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금리인하 기대감에 조달 계획을 유연화하는 것은 좋으나 과도한 단기 위주의 차입구조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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