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상속·증여세 개편안이 암초를 만났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 하루 만에 정면으로 반대해서다. 상속세를 바꾸려면 먼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태클을 걸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정부 개정안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최저세율 10%를 적용하는 과세표준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는 내용도 담았다.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한 채 정도를 물려받을 때 과도한 세금 부담을 갖지 않는 정도”(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를 원칙으로 삼은 듯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세법개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의 대물림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의 역동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발은 자기모순적이다. 이재명 전 대표는 최근 당 대표 후보 TV토론에서 종부세에 대해 “집 한 채 갖고 평생 돈 벌어서 가족들이 오손도손 살고 있는 집인데 그 집이 좀 비싸졌다는 이유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고 말했다. 집값이 뛰면서 세금을 왕창 물게 된 건 상속세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는 바꾸고 상속세는 그냥 두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행 상속세는 25년 묵은 낡은 틀에 갇혀 있다. 그 사이 물가도 뛰고 집값도 뛰었다. 현실을 도외시한 상속세는 편법을 조장한다. 기업인들은 가업승계에 애를 먹는다. 오죽하면 많은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차라리 회사를 팔고 해외로 나가는 게 낫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을까. 개정안은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후 과세대상 공시가격과 세율을 집값에 맞춰 꾸준히 조정했다.
민주당이 차기 대선에서 중산층의 표를 더 얻으려면 상속세도 종부세의 예를 따르는 게 마땅하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8개 회원국 평균 15%를 크게 웃돈다. 40%로 내린다 해도 미국, 영국과 함께 공동 3위다. 부자감세 논리라는 편협한 사고를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