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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1년 12월 31일이었다. A 씨는 이날 딸 B(사망 당시 20대)씨를 만나 식사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A 씨는 B 씨가 어린 시절 가정폭력 등으로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지만 갑자기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며 딸을 불러냈다. B 씨는 A 씨 전화를 계속 수신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씨는 자신의 집에서 B 씨를 폭행하고 “아빠는 다 허용이 된다”며 강제추행한 뒤 성폭행하려 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에는 B 씨가 울부짖으며 “아빠, 아빠 딸이잖아. 그래도 아빠 딸이잖아. 제발 하지마”라고 저항하는 소리가 담겨 있었다.
B 씨는 사건 직후 112에 신고해 아버지가 속옷을 벗고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녹음파일 등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그러나 B 씨는 지난해 11월 10달이 지나도록 사건의 진전이 없었다고 밝힌 뒤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숨졌다.
A 씨에게는 범행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있었음에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이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됐다.
◇실형 선고에 “내가 왜 유죄냐” 소란 피우기도
재판에 넘겨진 A 씨 측은 딸을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A 씨는 자신이 B 씨의 어머니를 비난하고 2017년께부터는 B 씨를 지원하지 않았기에 딸이 강한 반감을 품고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폭행과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범행의 반인륜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며 “범행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피해자인 딸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클 뿐 아니라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A 씨는 법정을 나가며 “내가 왜 유죄냐”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웠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2심 법정에서 딸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또다시 제기하며 자신은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B 씨 어머니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며 “A 씨는 사건 당시와 관계없는 4~5년 전의 문제를 거론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계속 저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과 B 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부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정을 자세히 진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A 씨의 조사가 이뤄진 점 등을 살펴보면 A 씨가 강제추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A 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B 씨를 때리기 전 딸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이후의 사정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2심 재판부를 향해 “오심”이라며 반발한 뒤 상고했지만 대법원 또한 같은 판단을 내리며 변론 없이 2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