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로서 국내 최초 증시 입성을 노렸던 씨엔티테크가 상장을 자진 철회하면서 자본시장 안팎에선 이런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AC 사업을 진득하게 영위하면서도 별도 매출을 만들어내는 탄탄한 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던 만큼, ‘이번에는 되겠다’고 본 이들이 많았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일각에선 한국거래소의 이번 결정이 ‘AC라면 AC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씨엔티테크가 내년 상장을 노리는 가운데 내년에는 AC 1호 상장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씨엔티테크는 지난 2003년 설립돼 외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푸드테크)로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초기창업자에 대한 투자와 보육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2012년 액셀러레이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씨엔티테크는 2012년 투자 업계로 발을 넓힌 기업치고는 고성장하고 있는 AC로 평가받는다. 회사는 그간 420개 기업에 53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고, 최근 4년 연속 AC 업계 1위에 빛나는 투자 실적을 냈다. 특히 벤처투자 시장에 한파가 들이닥친 지난해 씨엔티테크는 78개 기업에 120억원을 투자하며 생태계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씨엔티테크는 이번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면서 AC 모델뿐 아니라 탄탄하게 영위 중인 푸드테크 사업 설명에도 비중을 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점이 발목을 잡았다. 기존 BM을 통해 씨엔티테크가 얻는 매출이 절반가량이나 된다는 점과 지난해 AC 사업의 매출이 크게 올랐음에도 여전히 비중이 작다는 점을 한국거래소측이 탐탁지 않아 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구체적으로 씨엔티테크는 주요 비즈니스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플랫폼에서 2021년 92억원, 2022년 81억원, 지난해 85억원의 매출을 냈다. 같은 시기 액셀러레이터 분야에서는 매출이 2021년 68억원, 2022년 63억원에서 지난해에만 102억원이었다.
업계에선 한국거래소가 이번 결정을 통해 ‘AC 상장을 위해서는 AC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두 사태로 증권시장이 영향을 받은 만큼, 본질을 중요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AC보다는 푸드테크 사업이 두드러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C들이 AC 사업에서만 매출을 일으키기에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있다. 모태펀드 출자를 비롯해 정부 지원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이야기다. 올해만 하더라도 모태펀드가 축소되면서 1·2차 정시 출자사업에 AC 분야 전용 출자 항목이 사라졌다.
한국거래소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의견도 속속 나온다. 국내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AC에 대한 모태펀드 출자 비중이 작음에도 씨엔티테크는 자생구조로 AC 매출을 낸 곳”이라며 “이 점만 보면 (회사의 상장 철회가) 의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회사가 2022년 기준 매출 지표를 바탕으로 예비심사를 청구했기 때문에 AC로서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 것 같다”며 “아무래도 파두 사태가 증권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니 한국거래소 또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