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 현물 ETF, 재검토 가닥?…업계 "서둘러야"

김인경 기자I 2024.01.24 00:00:37

당국, ''기초자산 아냐'' 입장 속 중개거래도 막았지만
대통령실 "방향성 갖지 않도록…좀 더 검토" 목소리
"가상자산 대중화 속도·美 상황 감안해 논의 필요"
현물ETF 도입 시 기관 수요 확대 기대감 커

[이데일리 김인경 김보겸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금지했지만 투자자들의 국내 거래 허용 기대는 식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이 재검토에 대한 의사를 피력하며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선 현물 ETF 도입은 시간 문제라며 당국의 전향적인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금융부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ETF의 기초 자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 거래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진행 중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과 관련 “금융위원회에서 ‘이것을 한다, 안한다’라는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산적 요소가 있으면서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실물 경기에 부작용이나 위험요인이 안 되면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 더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불가 방침에 대해 대통령실이 원점에서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두 차례 연속 배포하며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중개 모두 국내 자본시장법 체계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운용사 11곳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발맞춰 국내 투자자를 위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 거래를 준비하려던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모두 정지됐다. 자본시장법 4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 △외환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만 기초자산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이 대중화된 속도를 감안하면, 제도권 편입 역시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특히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시행되고 오는 4월 총선을 거쳐 22대 국회가 출범해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현물 ETF 상장을 논의하는 게 이르다면 서학개미가 미국서 상장된 현물 ETF에 접근할 수 있도록이라도 조금씩 문턱을 낮춰야 한다”면서 “미국이 승인한 이상, 시간문제인 만큼 빨리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낫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수수료 부담이 더 센 선물 ETF나 가상자산 직접투자가 허용됐는데, 현물 ETF만 불허라는 것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물론 현물 ETF가 출시돼도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개인의 경우, 업비트나 빗썸 등을 통해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을 승인한 캐나다의 경우 2022년 기준 캐나다인 중 가상 자산을 펀드 형태로만 보유한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이혜원 KB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경우 가상 자산 현물 ETF의 상장이 개인 투자자의 가상 자산 투자 대중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웠다”며 “가상자산 현물 투자를 대체하는 영향도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오면 시장 유동성과 안전성이 탄탄해지며 결국 개인투자자도 유입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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