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과 교량 등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가 폭넓게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주 내놓은 보고서 ‘글로벌 지표로 본 한국 인프라 경쟁력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7년 뒤인 2030년에 국내 인프라 시설의 41%가 지은 지 30년을 넘게 된다. 건설 후 경과연수 30년은 노후화의 통상적 기준이며 그 뒤에는 안전도와 편의성이 급격히 저하된다.
종류별로는 댐의 노후화가 가장 심각하다. 2030년에 전국 댐의 75%가 준공 후 30년을 넘게 된다. 상하수도·통신선·가스관 등을 수용하는 지하터널인 공동구가 그 다음으로 50%에 이른다. 이어 항만 49%, 하천시설 43%, 상하수도 42%, 교량 29%, 터널 21%, 옹벽 18% 순이다. 지역별로는 인구와 산업 밀도가 높은 수도권의 인프라 노후화 비중이 47%로 비수도권보다 높다. 수도권의 댐은 88%, 공동구는 58%, 항만은 53%가 지은지 30년을 넘는다.
인프라 노후화는 사용자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경쟁력을 끌어내린다. 글로벌인프라투자협회(GIIA)에 따르면 인프라 사용자 만족도가 2021년 50%에서 지난해 41%로 급락했다. 인프라 경쟁력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6위를 유지했지만 같은 기간 국가 경쟁력은 28위에서 23위로 올랐다가 다시 28위로 돌아갔다. 더 화급한 문제는 안전이다. 지난해 4월 경기도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는 인프라 노후화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30년 된 정자교의 보행로 부분이 무너져 내리면서 행인 2명이 추락했고, 그중 1명이 사망했다. 준공 후 경과연수로만 보면 정자교 이상으로 불안한 인프라 시설이 7년 뒤면 전국에 걸쳐 10개 중 4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프라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점검과 개보수에 나서야 한다. 기후변화 가속화로 자연재해가 점점 더 높은 빈도와 강도로 발생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인프라 개선 투자도 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 주택 재건축 위주로 추진되는 신도시 재개발도 노후 인프라 개보수와 병행돼야 한다. 지금 노후 인프라 개보수를 미적거리는 것은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협하는 동시에 투자 비용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