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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3년 만에 베일 벗은 워터게이트 ‘비밀 정보원’

김미경 기자I 2023.08.23 03:10:00

시크릿 맨
밥 우드워드|276쪽|마르코폴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가 딥 스로트라 불리던 사람이다.”

2005년 5월31일. 당시 구순을 넘긴 마크 펠트(1913~2008) 전(前)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한 월간지를 통해 자신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임을 공개했다.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자진 사퇴로 이어진 이 스캔들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33년 뒤에야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딥 스로트’란 당시 이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가 실명을 밝히길 거부하는 거물급 인사를 ‘딥 스로트’라고 부르면서 유래한 말이다. ‘목구멍 깊숙이’라는 의미의 이 말은 이후 ‘내부 고발자’ ‘익명의 제보자’라는 뜻의 보통명사가 됐다.

책은 밥 우드워드 기자의 회고록이다. 2005년 펠트 자신이 딥 스로트임을 밝힌 직후 출간한 저서가 최근 국내 번역돼 나온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꾀하던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서쪽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게 발단이었다. 닉슨 정부의 은폐와 발뺌으로 영원히 묻힐 뻔했으나 집요한 추적 취재로 전모가 드러났다. 결국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책은 펠트와의 인연과 첩보 영화 뺨치는 정보원의 취재 과정, 그리고 그의 정체가 공개되기까지 과정을 소상하게 털어놓는다. 딥 스로트가 누구인지는 미국 정치계 및 언론계 최대의 수수께끼였다. 수많은 사람이 궁금해했고, 많은 이들이 취재원이 누군지 밝히려고 시도했다.

저자 역시 미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의 취재원이 ‘FBI의 2인자였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신원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그가 사망한 후에나 공개할 수 있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오랜 의문도 남아 있었다. 펠트는 애국자였나, 배신자였나. 그의 내부 고발은 순수했을까. 저자는 내내 이 딜레마로 고민했다고 고백한다. 결국 펠트 자신이 밝힌 뒤에야 비밀 유지 의무에서 해방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인정했다. “마크 펠트가 딥스로트였으며 우리가 워터게이트를 보도할 때 그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기록이 보여주듯이, 다른 많은 취재원과 관료들도 워싱턴포스트에서 쓴 수백 가지 기사를 위해 우리를 비롯한 기자들을 지원해 주었다.”(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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