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달 28일 294억원 규모의 제넥신 컨소시엄 R&D센터 신규 시설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제넥신의 지난해 자기자본(2809억원) 대비 10.47%에 해당하는 규모다. 294억원은 순수 건물 건설 비용만 포함됐기 때문에 투자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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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24년 차’지만 상용화 신약 無…상장 이후 적자 지속
제넥신은 2009년 상장 이후 첫 영업흑자를 낸 2015년을 제외하면 매년 영업적자를 지속해 왔다. 최근 5년간 제넥신의 영업손실은 2018년 381억원→2019년 445억원→2020년 392억원→2021년 194억원→2022년 337억원을 기록했다. 대체로 연간 영업적자가 300억원을 넘겨온 셈이다.
더구나 제넥신은 1999년 설립 이후 창업 24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신약이 없다. 닐 워마(Neil Warma) 제넥신 대표는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26개 파이프라인 중 핵심 파이프라인 4개에만 집중해 빠른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제넥신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 △자궁경부암 DNA백신 ‘GX-188E’ △만성 신장질환 관련 지속형 빈혈증 치료제 ‘GX-E4’ △림프구 감소증 치료제 ‘GX-I7’ 등이다. 상용화 1호 신약으로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GX-188E이 유력했지만 지난 3월에는 GX-E4와 GX-H9로 바뀌었다. GX-188E의 조건부허가 예상 시점이 밀려난 탓이다.
GX-E4는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에서 1차 신약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BLA 신청부터 허가 획득까지 1~1년 2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3개월 내에 결과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GX-H9는 연내 임상을 마치고 중국 인허가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마곡산업단지 부지 반환 위험 없는데 추가 건설 왜?
의아한 점은 이번에 신사옥 추가 건설이 불가피한 상황도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마곡산업단지에 입주해 있기 때문에 특정 기간 내에 건물을 짓지 않으면 분양받은 부지를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 그러나 이데일리 취재 결과 제넥신은 지난해 신사옥을 완공한 상태이기 때문에 토지 반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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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옥은 연면적 약 3만9075㎡에 지상 9층, 지하 3층이며, 주차장·공용공간을 제외한 6개층은 제넥신이 사용하고 있다. 즉 신사옥을 지은 후 약 4229㎡의 토지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분양받은 토지의 전체를 입주계약 후 5년 내에 활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 경제정책실 전략사업기반과 관계자는 “분양 받은 토지에 5년 내에 건물을 완공했다면 토지를 전부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행정 처분을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건물을 지어야 하는 상황도 아닌데도 신사옥 추가 건설을 결정한 셈이다.
제넥신은 기존에 분양받은 토지 중 유휴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넥신 관계자도 “제넥신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토지를 여유 있게 분양받아뒀다”며 “당시 분양받은 땅 중 첫 번째로 지은 사옥은 잘 운영하고 있고 이제 두 번째로 사옥을 짓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자산만 940억 보유…3년 후 채무 상환 계획은?
더구나 제넥신은 지난해 5월 준공된 신사옥을 포함해 약 94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제넥신 프로젠 바이오 이노베이션 파크의 가치만 올해 1분기 말 기준 688억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제넥신의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마곡 토지와 마곡 사옥의 장부금액은 각각 221억원, 688억원으로 총 909억원에 이른다. 해당 토지와 건물 중 720억원은 담보로 설정돼 600억원의 장기차입금 대출에 쓰이고 있다. 여기에 임대 중인 판교 사옥의 토지와 건물은 31억원으로 투자 부동산으로 따로 분류돼 있다. 제넥신은 이번 건설에 실질적으로 현금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R&D나 경영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건설은 제넥신이 셀리드(299660) 등 2개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셀리드는 지난 7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마곡 신사옥 및 R&D센터에 237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해당 컨소시엄에서 지분 비율은 프로젠 50%, 제넥신 28%, 셀리드 22% 순이다. 마곡컨소시엄제일차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위해 지난달 31일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박성진 대표가 50% 지분을 갖고 있다.
제넥신과 셀리드는 하나캐피탈 등에 관리형 토지신탁에 따른 우선수익권 등에 담보를 설정해 각각 414억원, 326억원의 차입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즉 실질적으로 당장 제넥신과 셀리드의 현금이 소진되는 것은 아니지만 3년 후에는 갚아야 할 비용이다.
◇신사옥 완공 후 부동산 임대업 추진 가능성 ↑
업계에선 제넥신이 신사옥 완공 후 부동산 임대업을 통해 이자를 충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원금 상환에는 다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현금이 소진되지 않더라도 어차피 빚 아닌가”라며 “3년 내로 회사가 흑자를 내서 갚거나 펀딩을 통해 상환해야 할텐데 일반적인 벤처캐피탈(VC)들이 R&D 비용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로 인한 채무상환자금을 지원하진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차입금을 건설에 투입한 후 사옥이 완공되면 차입금을 전부 갚긴 어렵겠지만 임대 수익으로 이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넥신은 만기가 될 2026년이면 해당 채무를 갚을 방안이 다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현재 (해당 채무 상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는 없다”면서도 “최근 합작사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듯이 재원 마련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지난달 말 아지노모도제넥신 지분 178만5000주(25%)을 일본 아지노모도에 매각해 193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은 신사옥 건설과는 무관하며, 신약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