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그동안 군함의 ‘눈’ 역할을 하는 최첨단 장비인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경쟁제한 효과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한화가 무기 시스템에서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에이사 레이더 등 첨단 무기를 탑재할 군함 사업자로 대우조선해양에 특혜를 줄 수 있단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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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정명령은 관련 사업 매각 등 구조적 조치와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행태적 조치로 나뉜다. 행태적 조치는 관련 시장 내 경쟁제한 우려를 차단하는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번 한화의 시정방안으로는 △군함 건조사업에 제공하는 부품 가격을 경쟁사와 차별화하지 않고 △군사 장비의 핵심기술 정보가 아닌 일반적인 기술정보에 대해선 차별 없이 제공하며 △사업 발주에 대한 감사는 군사 기밀의 유출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가 직접 맡는 등으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전문가는 “이번 시정방안은 최소한의 행태적 조치로 한화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사실상 무조건 승인과도 같은 격”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서 함정부품 시장(상방)에서 한화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하방)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다.
레이더·항법장치 등 한화가 독과점 공급하는 10종 안팎의 군함 부품에 관한 기술 정보를 경쟁사에 충분히 알려주지 않거나 더 비싸게 팔면 군함 입찰에서 대우조선이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어서다. 앞서 공정위의 이해관계자 의견조회 결과에서도 이 같은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시장에서 경쟁사를 차단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통상 군함 입찰은 기술 평가 80%·가격 평가 20%로 구성되는데 무기의 성능이나 적절한 군함 탑재 방식에 관한 작은 정보력 차이도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공정위는 애초 이달 중 안건을 상정하고 다음 달 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한다는 목표로 이번 기업결합 건을 심사해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인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승인하면서 예상(4월18일)보다 빨리 결론을 내린 데다 여당과 업계의 압박과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라는 인식 등이 작용하면서 이달 승인을 결정했단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비금융 개인신용평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을 신청한 지 8개월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