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서는 어떨까. 포털 사이트에 ‘성폭력’을 검색하면 수많은 광고·홍보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반성문 2부, 탄원서 2부, 근절서약서 1부, 심리교육수료증, 상담사 의견서와 소감문 등이 있으면 감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광고의 요지다. 이 패키지 상품의 가격은 55만원.
저자에 따르면 피고인의 반성을 양형 요소로 고려하는 관행으로 인해 감형 컨설팅과 반성문 대필 업체 등이 난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성범죄 가해자 전담법인은 성범죄 양형의 감경요소 중 ‘진지한 반성’에 주목하고 여러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반성을 명목으로 사회봉사단체나 여성단체에 후원금을 기부한 후 영수증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수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사정이 계속 노출되는 동안, 재판부가 피해자의 상황과 처벌 의사 등을 청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가해자 지원사업은 성폭력 판례를 오염시키고, ‘피해자다운 모습’을 요구한다. 성폭력 사건은 현실과 관행화된 감형,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신뢰하지 않는 통념, 재판부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나라 법 시장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