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팔았지만 덜 벌었다…상장사, 역대급 한파 오나

김인경 기자I 2022.11.17 05:00:00

코스피 상장사 1~3분기 누적 연결 실적 분석
매출액 24.51% 늘었지만 순이익 12.35% 줄어
3Q만 놓고 보면 영업익도 30.35% 감소 ''역성장''
1000원 벌어도 54원 남아…"내년 상반기까지 둔화"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상장사들은 지난해보다 물건을 더 팔면서도 수익성은 나빠지는 한 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와 원자재값 폭등 속에 바쁘게 움직여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3분기부터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올 겨울 ‘역대급 한파’가 경제 전반에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3분기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작년보다 12.35% 줄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3분기 결산 실적’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사 601개사(680개사 중 금융업, 분할·합병, 감사의견 비적정 회사 등 79사 제외)의 누적 연결 매출액은 2084조2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73조8311억원)보다 24.51% 증가했다. 또 1~3분기 영업이익은 146조2452억원으로 같은 기간(144조7995억원)보다 1.00%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2.35% 줄어든 113조2192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947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출액 비중 11.12%를 차지하는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면 1~3분기 누적 연결 매출액은 1852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9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71조747억원으로 같은 기간 0.13% 늘었다. 순이익은 81조4065억원에 머물며 같은 기간 18.67% 줄었다.

3분기만 떼 놓고 보면 실적은 더 꺾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601개사의 3분기(7~9월) 매출액은 726조3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9조3666억원으로 전년 동기(56조5243억원)보다 30.35% 감소했다. 순이익은 37조380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3조9537억원)보다 무려 37.04%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 활동의 ‘질’도 악화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02%로 전년 동기보다 1.63%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매출액 1000원을 올리면 영업이익은 70.2원이라는 얘기다. 법인세 등까지 지급하고 나면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쥐는 순이익은 54.3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정작 기업들이 손에 쥐는 돈은 줄었다는 얘기다.

코스피 상장사 5곳 중 4곳(483개사, 80.37%)이 1~3분기 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118개사(19.63%)는 1~3분기 적자기업이었다.

3분기 말 코스피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12.0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3.70%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부채 총계는 2155조261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86조2976억원(15.32%) 늘어났다.

◇기대치 낮아진 4분기…“실적감소세 이어질 것”

더 큰 문제는 4분기다. 올해 초부터 어려워진 대외 환경은 점차 실적에 본격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생산비용에 대한 부담은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만큼, 기업들도 달러 가치 급등과 소비심리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 증권가도 빠르게 4분기 이익 추정치를 하향하며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14.19% 줄어든 38조7539억원 수준이다. 불과 두 달 전인 9월 중순의 전망치는 48조5611억원, 한 달 전의 전망치는 42조9021억원 수준이었다. 4분기가 진행될수록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도 줄어들 수 있다.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005930)는 4분기도 한파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5409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13조8667억원)보다 38.4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47조5964억원 수준으로 ‘50조원’ 선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평가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들어 수출이 둔화하고 실적도 꺾이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구조조정, 인력감축이 일어나는 만큼 소비나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면서 “실적 둔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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