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2일 19명 사형집행…김영삼 정부 들어 두 번째
유괴살인범 이두견, 부녀자 연쇄살인마 온보현 장기기증
"증오심 삭이지 못한" 지존파 장기 기증없이 형장 이슬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법무부는 1995년 11월2일 사형수 19명의 형(刑)을 집행했다. 지존파 김기현 등 일당 6명과 부녀자 연쇄살인범 온보현 등 흉악범이 명단에 포함됐다.
| 초등생 유괴살인범 이두견의 체포 당시 모습.(사진=문화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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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초등생 유괴 살인범 이두견도 있었다. 이두견은 1991년 12월 27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아홉 살 김모 군을 유괴해 살해한 살인범이다. 범행 당시 오락실에서 나오던 김군을 과자를 사준다고 꾀어서 범행을 저질렀다. 김군을 살해하고 암매장 한 이후에 김군 부모에게 연락해 700만원을 요구했다. 부모의 신고로 범행 이튿날 체포됐다.
범행 당시 23살이던 이두견은 생활비를 벌고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두견은 부인과 부모를 포함해 일곱 식구가 월세방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이었다. 김군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유복해 보인 탓인데, 김군 부모는 육체노동으로 맞벌이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법원은 1992년 이두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두견은 사형수로 복역하면서 종교에 귀의하고 생전에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사형 집행 직전 부모에게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날 이후 이두견의 안구와 시신이 기증됐다.
| 부녀자 납치살인범 온보현의 체포 당시 모습.(사진=문화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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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태운 부녀자 6명을 납치해 2명을 살해한 온보현도 같이 사형이 집행됐다. 온보현은 사형장에 들어서 인정심문(본인을 확인하는 심문)하는 자리에서 자기 시신을 의대에 기증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존속살인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고 집행된 신민철도 안구와 시신을 기증했다.
지존파는 앞선 이들과 분위기가 달랐다. 지존파는 두목 김기환을 필두로 조직원 강동은·김현양·문상록·백병옥·강문섭이 조직원으로 1993년 결성했다. ‘돈이 많은 자를 증오’하고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5명을 살해하고, 1명을 인질로 잡는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 피해자 가운데 1명은 배신한 조직원이었고, 2명은 부자와 거리가 멀었다. 나머지 2명은 중소기업 사장 부부였는데 애초부터 부자가 아니라 자수성가형이었다.
잡혀 있던 인질이 탈출하면서 1994년 9월20일 조직원 5명이 검거됐다. 체포 당시 행동대장 강동은은 “압구정 야타족을 못 죽이고 간 게 한”이라고 했다. 대중은 극악한 범죄에 놀라고 뉘우침 없는 태도에 또 한 번 놀랐다. 두목 김기환은 조직 결성 이후 미성년자 강간 미수 혐의로 복역 중이어서 구치소에서 붙잡혔다.
| 지존파 일당 검거 후 현장검증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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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는 체포부터 사형 확정, 그리고 집행까지 1년2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이들은 천주교와 개신교에 귀의했다. 그러나 “(사형장에 들어선 이들 중) 1명은 자신의 행위가 떳떳했다며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끝내 삭이지 못했다”(한겨레 1995년 11월4일 치 기사)고 한다. 이들 누구도 장기를 기증하지 않았다.
당일 사형 집행은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였고, 1994년 10월6일 사형수 15명의 형을 집행한 지 1년1개월 만이었다. 사형을 집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형폐지를 주창해온 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