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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덕에 버틴 2분기 경제, 수출 부진에 '하반기 역성장' 가능성도

최정희 기자I 2022.09.02 03:00:11

수출, 성장에 도움은 커녕 마이너스
화학제품 등 수출 3.1% 줄어든 영향
소비마저 불확실…잘돼도 '제로성장'
경기침체·물가상승 'S 공포' 더 커져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2분기 0.7% 성장하면서 상반기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문제는 하반기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지만, 수출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소비가 떠받쳐주지 않으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성장 둔화에도 기댈 곳조차 없는 상황이다. 한은은 물가를 잡겠다며 내년까지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모토로 긴축 재정에 나섰다.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경기 충격의 정도에 따라선 단순히 경기 둔화가 아닌,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분기까지는 웃었다…보복소비가 이끈 성장

1일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비 0.7% 성장했고 전년동기비로는 2.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말 발표됐던 속보치와 같은 수치다.

민간소비 등 내수 중심의 성장세가 나타났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1.7%포인트로 1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숙박, 음식 등 서비스 소비가 살아나면서 민간소비는 1.3%포인트, 정부소비는 0.1%포인트 성장에 기여했다.

반면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0%포인트를 기록했다. 1년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수출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비 3.1%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1.0%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이었다. 설비투자가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중심으로 0.5%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0.2% 증가했다.

2분기에는 성장률이 선방했음에도 2분기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은 감소했다.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비 1.3% 감소해 1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됐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000억원 줄었다. 대표 수입품인 원유 가격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보다 더 오르는 등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실질 무역 손실은 28조원으로 9조원이나 급증했다.

교역조건 악화…실질 무역손실 9조 늘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도 2분기 선방했지만, 하반기에는 성장세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낮게 봤지만, 3, 4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1~0.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 우려,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 경기침체 가능성 등으로 수출 부진은 면치 못할 전망이다. 다만 소비가 수출 부진을 만회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한은은 하반기 상품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치지만, 민간소비는 3.8%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수출이 하반기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성장에 크게 부담이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소비도 보복소비까지는 아니지만 고용회복에 호조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 0% 수준의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마저도 소진된 상태라 3,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2분기 GNI가 감소한 데다 총저축률도 34.2%로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6%에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경우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은 기정사실화된다. 내년 2.1% 성장률도 지나치게 ‘장밋빛’이란 평가다.

경기가 나쁘다고 정부가 성장에 보탬이 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5.2% 늘어난 639조원을 편성했다. 이는 2018~2022년 평균 증가율(8.7%)보다 낮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모토로 하는 만큼 긴축 재정에 나선 영향이다. 고물가 지속으로 한은 역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물가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정책 기조로 볼 때 재정과 통화정책이 일관성 있게 가고 있다”면서도 “내년까지도 잠재성장률(2.0%) 이상으로 성장하지만 경기가 더 나빠지면 당연히 재정이 동원될 수도 있을 텐데 그때 물가를 봐가면서 (정책을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충격이 오느냐도 중요하다. 한은 분석 결과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 우리나라 성장, 물가가 함께 둔화가 예상되지만,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끊는 방식으로 침체가 나타날 경우엔 성장은 악화되지만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박상현 전문위원은 “재정, 통화정책 모두 부양쪽은 기대할 수 없다”며 “대외 악재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민간이 활력을 찾는 것밖에는 모멘텀이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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