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나리, 오현경 인턴기자] 매일같이 쏟아지는 TV예능프로그램들 사이에서 10여년전에 방영된 옛날 예능이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MBC ‘무한도전’이나 시트콤 ‘지붕뚫고하이킥’과 같은 옛날 예능을 하이라이트만 재편집해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면서 과거 방영됐던 프로그램을 즐겨찾는 10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옛날 예능에 열광하는 데에는 컨텐츠 자체의 경쟁력 뿐 아니라 자기 가치를 추구하는 10대들의 특성과 맞물려 있었다.
◆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유튜브의 매력 빠져
무한도전 등 옛날 예능을 5분 가량 분량으로 재편집해 업로드하는 MBC ‘오분순삭’은 구독자 128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15억회를 넘어섰으며 가장 인기인 무한도전 컨텐츠들은 적게는 수십만건에서 수백만건에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또 다른 MBC 유튜브 채널인 ‘옛능(옛날 예능 다시보기)’은 레빼미(레전드인데 빼서 미안하다)등의 컨셉으로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아빠어디가 등의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업로드하며 구독자 수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등학생 오지은(가명·19)양은 “옛날 예능은 그 시절의 유치한 웃음코드나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지금의 예능보다 재밌다”라며 “학원가는 길에 무의식적으로 유튜브를 열어 이미 봤던 무한도전을 보고 또 본다”고 말했다.
서지석(가명·18)군은 “영상이 짧아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처음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봤는데 이제는 옛날 예능을 찾아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짬내서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최나연(17)양은 “혼밥할 때는 유튜브를 열어 지붕뚫고하이킥을 본다”라며 “요즘에는 시트콤이 없기 때문에 그 시절만의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 함께 웃어 두 배로 재미있는 ‘그 시절 밈(Meme)’
옛날예능이 인기를 모으면서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들어 재조명되는 사례들도 있다.
2010년 MBC 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한 알래스카 교포 최규재씨가 “무한도전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무야~호”라고 답한 것이 유행어가 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MZ세대들이 과거 영상을 재변형해 온갖 패러디 영상으로 퍼뜨리며 인터넷 ‘밈(meme)’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고등학생 박호원(가명·18)군은 “유튜브 댓글에 올라온 영상 타임라인을 눌러보며 다른 사람들과 웃음 포인트를 공유하는 것이 재밌다”라며 “‘오분순삭’이나 ‘옛능’과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방송이 열리면 다른 사람들과 채팅하면서 시청이 가능한데, 그 시절 유행했던 레전드 밈이 나오는 타이밍에 다같이 웃음이 터지면 짜릿하다 ”라고 말했다.
유소영(가명·17)양은 “친구들이 대부분 하이킥시리즈나 순풍산부인과와 같은 옛날 예능을 보고 웃고 떠든다”라며 “‘무야~호’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을 때도 옛능을 봐야만 대화가 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내용일지 예측 가능한 유치함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뻔한 클리셰가 옛날 예능만의 매력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재 방영되는 예능은 연령대가 높은 세대를 주 타겟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10대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콘텐츠가 없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오히려 옛날 예능 프로그램들은 10대에게 초점을 맞춰 제작되었기 때문에 공감 포인트가 많아 찾아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10대들은 자신에게 흥미로운 콘텐츠라고 생각되면 원본을 찾아 재가공하여 또래들과 공유하는 특성들이 존재한다”라며 “이들은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레전드급 콘텐츠를 발굴해 도장깨기와 비슷하게 섭렵하고자 하는 욕망이 옛날 예능을 재소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요즘 젊은 세대는 긴 동영상에 집중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서 순간적인 기분 전환을 즐긴다"며 "그중에서도 무한도전은 시간대비 높은 재미를 제공하는 컨텐츠로, 방영 당시에도 국민예능이라 불렸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