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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의 부동산톡]"어떤 경우에도 계약파기 할 수 없다"는 특약의 효력

양희동 기자I 2022.04.09 05:00:00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부동산매매계약시 “이 계약은 어떠한 경우에도 파기할 수 없다.”는 취지로 계약해제권, 해지권을 배제하는 특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사업 시행사가 지주들로부터 땅을 매입하면서 매매계약서에 이러한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특약이 유효한지 등에 대해 이번 시간에 정리해 보겠다.

부동산매매계약시 해제의 종류와 해제권 배제특약의 유효성

매매계약을 한 경우 계약파기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크게 2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계약금을 받은 경우 계약금의 2배를 돌려주거나,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제하기로 약정했을 때 이에 기초하여 계약파기를 하는 방법이고(이하 ‘약정해제’라 칭함), 두 번째는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할 때 이를 사유로 계약파기를 하는 것이다(이하 ‘법정해제’라 칭함).

약정해제든 법정해제든 계약 자유의 원칙상 당사자간의 합의로 해제권을 배제한다는 특약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 이러한 특약이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경우 법원은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다소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바, 아래에서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 계약은 어떠한 경우에도 파기할 수 없다는 취지의 특약이 있는 경우

법원의 입장을 보면, 위와 같은 특약이 있는 경우, 계약금의 2배액 상환 또는 포기하는 방법으로 해제하는 약정해제권을 배제하는 특약으로 해석하는 것 같고, 법정해제권은 가급적 인정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즉 상대방의 계약위반시에는 위와 같은 특약에도 불구하고 계약파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법원은 “계약당사자 사이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권을 배제하는 약정은 비록 손해배상의 청구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채무불이행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므로 계약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명시적으로 법정해제권을 배제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엄격하게 제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고 하였다(대법원 2004다22971 판결).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한 경우, 본 계약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제할 수 없다’는 특약이 있는 사안에서, 법원은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면 매도인이 (계약금 2배액 상환 등의 방법으로) 계약해제를 할 수 없다는 약정으로 해석될 뿐이고, 매도인이 채무불이행을 한 경우라면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여, 결국 계약위반시 해제권을 배제하는 특약, 즉 법정해제권의 배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있다.

또한, 매매계약서에 ‘매도인은 어떠한 이유로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사안에서, 매수인이 잔금을 기일에 지급하지 못하는 등 계약위반을 하였을 때 실제로 매도인이 위 특약 때문에 계약파기를 할 수 없는지와 관련하여, 법원은 “위 규정을 상대방(매수인)이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에까지 해제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계약당사자 일방의 지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 있는 경우 민법이 정한 법정해제권은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사안이 있다. 위 법원 역시 위 특약에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취지는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의 2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것, 즉 약정해제권을 배제하는 특약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법정해제권은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공동주택사업 시행사가 지주들로부터 땅을 매입하면서 매매계약서에 해제권 배제 특약을 두는 경우, 약정해제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아파트 등 공동주택사업 개발 또는 분양 시행사가 지주들로부터 땅을 매입하면서 매매계약서에 ‘본 계약은 매수인이 매도인의 부지를 포함한 인접 부지를 매입하여 공동주택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계약이므로 어느 일방의 통보로 해지될 수 없다.‘라고 특약을 두는 경우가 있다. 통상적으로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의 2배액을 반환하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 즉 약정해제를 막기 위해 두는 특약인데, 법원은 위와 같은 사업의 특성상 위와 같은 특약이 일단 유효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위와 같은 특약을 하게된 동기와 경위였던 공동주택이 상당기간 지체되거나 사업추진 자체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면, 위 특약이 실효되어 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위와 같은 특약에 대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문언들의 내용, 그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그리고 일반적으로 대규모 아파트건설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로서는 그 사업부지 내의 다수의 토지를 취득하여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만약 그 사업추진 도중에 부지의 매도인들이 단지 계약금의 배액상환이라는 방법에 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아파트건설사업 전체의 수행이 어렵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매매계약에는 해약금(계약금의 배액상환)에 의한 계약해제를 배제하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위 특약을 약정해제권 배제의 특약으로 해석하고, 그 특약이 유효하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아파트건설사업의 규모 등에 비추어 그 사업계획승인을 얻기 위하여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피고 등도 이 사건 매매계약이 그러한 사업의 추진을 위한 것임을 충분히 알고 그에 협조하기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당시 원고의 사업추진이 합리적 이유 없이 상당기간 이상 지체되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하면서, (매매계약 체결후 불과 1년여를 경과한 시점에서 매수인의 아파트건설사업 추진 및 잔금지급의 지연을 이유로) 피고가 계약금의 2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5다41153 판결).

반면에, 위와 같은 계약해제 배제 특약이 유효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핀 결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약 3년이 경과하였는데도 피고가 여전히 공동주택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고, 제3자가 사업부지상당 부분을 포함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음으로써 피고가 위 공동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위와 같은 특약은 실효되어, 결국 매도인은 계약금의 2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34기(사법고시 2002년 합격)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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