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비결]여영길 에스피지 대표 "감속기, 산업→로봇 확대"

이후섭 기자I 2022.01.24 05:00:01

과감한 투자로 日 장악하던 시장 뛰어들어
국내시장 55% 점유, 정밀감속기 국내 최초로 개발
유럽·중국 등 수출 확대 "생산설비 투자도 지속"
이익률 2배 높은 감속기 비중 확대 "수익성 개선"

여영길 에스피지 대표 (제공=에스피지)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정밀 감속기는 반도체 장비와 공작기계, 산업용 로봇 등에 널리 쓰입니다. 지난해 상용화한 초소형 정밀 감속기는 서비스형 로봇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영길 에스피지(058610)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까지 산업용과 서비스형 로봇 감속기 매출 비중은 7대 3 정도였는데, 올해부터는 서비스형 로봇 시장을 강화해 5대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91년 설립된 에스피지는 산업용 모터와 감속기 등에 주력한다. 특히 국내 감속기 시장에서 약 5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감속기는 회전운동을 하는 모터에 기어를 연결해 속도를 늦추면서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일반 감속기는 공장 생산설비와 사무자동화기기 등에 쓰이며, 정밀 감속기는 산업용 로봇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국내시장 55% 점유…정밀감속기 국내 최초로 개발

에스피지는 일본 기업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1990년대 초 감속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준호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일본·독일 등 선진국에서 기술을 배워온 여영길 대표의 뚝심으로 불모지였던 국내 감속기 시장을 개척해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 대표는 “소재부터 설계까지 하나하나 다 하는데 그 과정이 10년 정도 걸렸다. 한때 제품 불량률이 50%에 달하기도 했다”며 “1993년 당시 30억원을 투자해 연구소를 설립해 20명의 연구원을 확보했다. 현재 연구소 인력은 65명으로 3배 이상 커졌다. 아시아 지역에서 감속기 업체 중 이 정도 규모 연구소를 갖춘 곳은 없다”고 자신했다.

숱한 연구·개발과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1990년대 초 감속기가 부착된 모터(기어드모터)를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유성 감속기, 로터리 감속기, 정밀 감속기 등 점차 복잡한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여 대표는 “당시 소형 감속기 시장을 일본 제품이 98%를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국내 대기업 S사가 과감하게 일본 제품 대신 우리 제품을 1년 이상 사용하면서 테스트한 결과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그 이후 다른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넓힐 수 있었고 수출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에스피지는 5년 전부터 정밀 감속기 개발에 착수해 지난 2018년 중대형 ‘SR 정밀 감속기’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 초소형 ‘SH 정밀 감속기’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여 대표는 “정밀 감속기 개발 과정도 소재 개발에만 2년 이상 걸렸다”며 “이후 설비와 장비, 도구 등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양산을 했는데, 3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이 있었기에 불과 5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중국 등 수출 확대…“생산설비 투자도 지속”

에스피지는 고부가 제품인 정밀 감속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감속기 매출 비중이 40% 정도인데 이를 6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 제품보다 이익률이 2배 이상 높은 정밀 감속기 매출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에스피지 영업이익률은 6%대로 추정되는데, 감속기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익률도 매년 1%p(포인트)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확대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에스피지 수출 비중은 70%에 달한다. 여 대표는 “일본 감속기 업체 S사가 판매하는 소형 정밀 감속기는 모두 에스피지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해 공급한다”며 “산업용부터 시작해 정밀한 의료장비 분야로 확대해 미국 수출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소형 정밀 감속기를 올해부터 유럽, 중국으로 본격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장비회사 등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여 대표는 “유럽에서는 초소형 정밀 감속기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마쳤고, 중국에서는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올해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매출액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초소형 정밀 감속기 개발에 그간 120억원을 투자했는데, 올해에도 30억~40억원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여 대표는 “캐파(생산능력)를 늘리도록 제조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서비스형 로봇 업체들이 올해 생산량을 전년대비 50%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들어가는 초소형 정밀 감속기 시장도 당연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증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피지가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한 초소형 정밀 감속기 ‘SH 정밀 감속기’.(사진=에스피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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