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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고(故)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이 회장은 혁신기업가를 넘어 사회혁신가, 교육가로서 우리나라 벤처생태계 형성과 함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 회장이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한 그때, 취지와 정신에 비춰 역할에 부족함이 없도록 고인의 유지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일 이민화 회장 타계 2주기를 맞아 경기 분당 휴맥스빌리지에서 추도식이 열렸다. 이 회장 기일은 8월 3일이지만,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미뤄지다가 고인의 생일인 이달 3일 열리게 됐다. 추도식에는 남민우 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다산네트웍스(039560) 회장),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 벤처와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도했다.
생전 ‘벤처 대부’로 불렸던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 벤처 씨앗을 뿌린 인물이다. 1953년 대구 출생인 이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전선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1985년 우리나라 벤처 1세대 기업인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을 창업했다. 이 회장이 이끄는 메디슨은 국내 최초로 초음파 진단기를 출시하는 등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산파 역할을 했다. 아울러 김진태 유투바이오 대표와 길문종 메디아나 대표, 김종철 맥아이씨에스 대표 등 메디슨 출신 기업가를 다수 배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벤처생태계가 필요하다고 판단,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이 회장이 벤처기업협회 수장으로서 벤처생태계 형성을 위해 동분서주한 성과는 상당했다. 우선 1996년에 벤처기업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코스닥 시장이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듬해 벤처기업 육성을 명시한 ‘벤처기업특별법’ 제정 역시 이 회장이 이끌었다. 이 회장이 만든 벤처기업협회는 현재 1만 6000개 이상 회원사를 보유한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이 회장이 뿌린 벤처 씨앗은 현재 거대한 벤처생태계로 자라났다. 일례로 올해 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5조 2593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벤처투자액이 역대 최초로 연간 5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2015년 이후 올해까지 7년 연속 연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벤처투자가 밑거름이 돼, 올 한해 국내에서 컬리, 두나무, 직방 등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도 활발히 나올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투자에서 성장, 회수, 재투자에 이르는 벤처 선순환 생태계가 완성된 셈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벤처생태계를 만들어낸 이 회장은 2년 전인 2019년 8월 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였다. 그는 별세하기 하루 전만 해도 대전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터였다. 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남민우 이사장은 이 회장을 떠올리며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너무 빨리 떠나서 우리나라 벤처 손실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고인이 된 이 회장. 필자 역시 추도식에 즈음해 고인을 떠올리며 생전에 인터뷰했던, 정부를 향해 남긴 쓴소리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미국과 중국, 영국 등 한국보다 유니콘 기업을 많이 배출한 국가들은 네거티브 규제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유망한 업체들이 대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