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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규정상 수탁위는 본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 등에 한해 의결권 결정을 위탁받고 있는데, 당시 삼성전자 안건을 두고 수탁위원 일부가 ‘본부 투자위원회가 아닌 수탁위에서 들여다볼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탁위원 1명이 사퇴했고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건의 교훈을 잊었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짚으며 수탁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수탁위와 같은 전문위원회가 기금운용본부에 도움을 주면서도 견제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강화해왔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사외이사의 범죄사실과 관련 경력, 주주가치 훼손 이력 등 기금본부가 홀로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탁위의 도움을 받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경우(기준에 부합할 경우)에는 수탁위까지 안건을 보낼 필요가 없다”며 “이로 인해 회색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은 향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업계 관계자들도 지적해온 부분이다. 금융시장과 산업의 주요 현안을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한국금융센터 금융정책패널은 기금운용 조직의 전문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며 “현재의 구조로는 전문성 확보도 어렵고, 통제조차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 오르는 모든 안건에 대해 전문위원회가 사전 검토하고 심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금융정책패널 의견이다. 특히 의결권 행사 결정권은 전적으로 수탁위에 주고, 오히려 경미한 사안만 수탁위가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 위임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기금위와 수탁위 간 원활한 소통이 핵심이라는 점을 짚으며 전문위에 기금본부 위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민연금도 전문위 제도를 둘러싼 잡음을 의식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올해 제3차 기금위에서는 ‘전문위 운용계획안’이 보고됐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에 대한 피드백이었지만, 수탁위를 포함해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 투자정책전문위 등 3개 전문위 모두에서 활동하는 상근 전문위원에 대한 평가 계획도 담겼다.
다만 전문위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금위원 등이 상근 전문위원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개선 의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상근 전문위원 평가 등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계획대로 평가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