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제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편입을 망설이던 금융투자업계는 법안을 환영하며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등 코인 ETF나 펀드 투자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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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 10명은 최근 자산운용사가 암호화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법안1소위로 보낸 가상자산 업권법과 함께 다음 달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권 의원은 이번 법안에서 현행 자본시장법에 있는 ‘특별자산집합투자기구’의 ‘특별자산’에 암호화폐를 명시하는 내용을 내놓았다. 즉, 암호화폐를 항공기나 선박,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대체투자 자산과 똑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의 액티브 펀드 편입은 물론, 지수 흐름에 연동하는 ETF의 상장도 가능해진다.
권 의원은 암호화폐의 펀드편입을 통해 ‘잡코인 솎아내기’도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펀드를 내놓게 되면 운용 전문역들은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펀드는 성장가능성이 있고 실체가 뚜렷한 암호화폐를 담게 되고 증권시장에서 이를 꾸준히 검증하면 자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 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민간 투자자들에게 암호화폐에 투자하도록 허용했더니 민간 투자자들의 분석이 잘 이뤄지며 선순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금융투자기관이나 기업에 투자를 못 하게 하니 펀드도 못 만들어지고 전문 분석가들도 양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번 법안은 야당 국민의힘의 윤창현·성일종·홍준표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린 만큼, 논의 과정이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ETF 인정한 캐나다
현재 국내엔 암호화폐 펀드가 전무하다. 자산운용사가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조항은 없다.
다만 지난 2017년 12월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관련 긴급대책의 일환으로 금융기관의 코인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하는 ‘행정지도’를 내놓았고, 이후 암호화폐를 직접 담는 펀드는 물론 암호화폐의 채굴이나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도 당국에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 투자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서 암호화폐는 이미 뜨거운 감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액티브 펀드에는 일찌감치 문을 열어줬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을 담은 3개의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만간 3개 펀드를 SEC에 등록할 계획이다. 이달 초 기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상품 규모는 247억달러(28조원)에 달한다.
미국은 암호화폐 ETF 상장을 위한 논의도 시작하고 있다. ‘돈 나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제출했다. 뉴욕 자산운용사 반에크어소시에이츠, 스카이브릿지캐피탈 등도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서를 내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티모시 마사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는 승인돼야 한다”며 “투자자와 규제 당국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며 ETF 승인을 촉구했다.
캐나다는 한발 앞서 비트코인 ETF는 물론 알트코인 중에서도 이더리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상장한 상태다. 심지어 하락에 베팅하는 비트코인 인버스 ETF도 있다. 특히 이 인버스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산하인 호라이즌스가 운용해 국내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한 국내 자산운용역은 “암호화폐의 변동성이나 잡코인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전세계적인 흐름을 읽으면서 투자 폐해를 막는 방식으로 논의를 해야지 지금처럼 코인의 ‘코’만 들어가도 안 된다는 식은 과도하다”라고 지적했다.
법안은 8월 법안소위와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중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 업권을 제도화하는 법안 등과 함께 다양한 내용의 법안이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법안 심사과정 등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