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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재난지원금 논쟁 재점화…"경제윤활유" Vs "맞춤형지원 효율적"

이명철 기자I 2021.06.04 00:15:00

정치권, 전국민 보편 지원 요구…“경제 회복 특급 윤활유”
1차 지원금 소비진작 효율 30% “피해계층 지원이 효과↑”
올해 나랏빚 965조원대…손실보상 등 추가 재정 소요 많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 백신 보급확대로 집단면역 달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경기 진작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논쟁이 재점화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국민에 동일하게 나눠주는 ‘보편지급’에 방점을 찍고 2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식화했다. 정부도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보편지급에는 부정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국민 보편 지원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나타낸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은 투입하는 재정 대비 경제적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한정된 재원을 생각할 때 피해계층별 맞춤형 지원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4월 26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소상공인들이 4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 플러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민 지원이 코로나 양극화 막는다는 與

정치권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요구 배경에는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깔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발 경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이 필요했다면 이번에는 경기 회복세를 북돋우는 동시에 포용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관련, “지급 시기와 규모 등 축적된 데이터를 충분히 검토하고 현장과 국민 중심으로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활동이 회복되는 데 발맞춰 제2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이 마련된다면 한국 경제에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 때마다 재원 마련이 논란이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19조원 이상 더 걷힌 세수를 활용하면 문제없다는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등을 포함한 추경 규모는 최대 30조원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14조 3000억원이었고 자영업자 손실 보상 제도화를 위한 재정 지원, 하반기 내수 진작책과 일자리 창출 대책, 민생 안정 방안까지 담길 경우를 감안한 금액이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은 지난해 3차(35조 1000억원)다.

◇“코로나 피해 각기 달라…맞춤형 지원이 효율적”

정부는 보편 지원보다 선별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유지한 기조를 갑자기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선별 지원에 힘이 실린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월 20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과 관련해 “같은 돈이라면 아래 계층 분들에게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1차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투입한 예산대비 나타난 매출 증대 효과는 26.2~36.1%로 추산됐다. 예산 10조원을 투입했다면 실제 나타난 경기 진작 효과는 30% 안팎에 그쳤다는 말이다.

지원금의 승수 효과를 가늠하려면 처분가능소득에서 얼마나 소비 지출했는지 수치인 소비성향을 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10% 소비성향은 209.9%에 달하는 반면 상위 10%는 49.9%에 그친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지출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피해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더 큰 충격을 줬음을 감안할 때 같은 돈이라면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더 큰 소비 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통상 저소득층 소비 성향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한정된 재원에서 코로나19 피해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승수 효과는 더 크다”며 “코로나19 피해가 계층별, 업종별로 다른 상황에서 일괄 보편적인 지원보다는 (맞춤형 대책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차기정부·다음세대, 국가채무 급증 부담 질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여력이다. 초과 세수가 관건이지만 8월 법인세 중간예납 등 하반기 흐름 살펴야 해 현재로선 추산이 어렵다. 올해 1분기 국세를 전년대비 19조원 가량 더 걷었으니 그만큼 연간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 다섯 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나랏빚 부담이 급증한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1차 추경까지 반영해 예상한 국가채무는 965조 9000억원이다. 만약 3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해 모두 적자국채로 조달할 경우 연내 10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정부는 2025년 재정준칙을 적용하면서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사이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할 경우 중장기 재정운용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치권에서는 이제 경제 논리나 국가 대계를 가지고 논의하기보다 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정 정책들이 나오는 상황으로 연말 또 다시 추가 전국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가능성도 높다”며 “차기 정부는 물론 다음 세대인 현재 30~40대 이번 정부에서 급증하게 늘어난 국가채무 부담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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