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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산역 에스컬레이터 쪽에는 캠페인 배너가 설치됐다. 배너에는 ‘불법 촬영 근절. 함께해요. 옆으로 서기. 옆으로 서서 시야각을 넓혀 불법 촬영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운동입니다. 탑승 후 벽을 등지로 옆으로 서주세요’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해당 캠페인이 시작되며 온라인 등에서는 불법 촬영 가해자는 그대로 두고, 범죄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느냐는 비난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아예 외출하지 말라고 하지”, “최고의 예방법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거다. 처벌이 미미하니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거다”, “형량 강화가 최고인데..”, “에스컬레이터 안전 수칙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고양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는 11일 ‘옆으로 서기’ 캠페인을 공개 비판했다.
민우회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지 말라는 ‘성범죄피해자유발론’과 다르지 않다”며 “불법 촬영은 가해자가 저지르는 범죄다. 불법 촬영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것은 경찰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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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산역 관계자는 이날 배너에 항의성 포스트잇이 붙자 배너를 치운 후 일산동부경찰서에 연락해 해당 사실을 알렸다. 경찰 측은 배너 등을 곧바로 수거했다.
일산동부경찰서 캠페인 관련 관계자는 지난 14일 본지에 “옆으로 서기 캠페인은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향후 불법 촬영 방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 있느냐는 질문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민우회 관계자도 이날 본지에 “취지 자체가 문제 있다.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해) 급한 마음에 캠페인을 했다고 하는데 이 과정까지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이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 캠페인을 보니까 당황했다. 이 수준밖에 안 되나”라며 “그동안 접한 경찰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미투운동을 통해 조금은 바뀌었다고 보는데 아직도 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교육으로밖에 안 될 거 같다”며 “전체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져야 천천히라도 개선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