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야기]두통 환자에게 'MRI 검사'가 꼭 필요한가요?

이순용 기자I 2020.08.15 00:03:17

허성혁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허성혁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신경과를 처음 찾는 환자 중 가장 많은 환자는 두통 환자일 것 같다. 특히 대학병원에 있다 보니 두통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진단하기 위해 병력을 들으며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외부에서 MRI를 찍었는데 이상이 없었다는 경우를 제외하면, 환자들의 큰 궁금증 중 하나는 MRI를 찍어야 하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허성혁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특히 2018년 10월 뇌질환 관련 보험 기준이 많이 완화되고, 건강보험공단의 홍보 효과, 환자 수요, 병원들의 수익개선 필요 등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시행건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물론 그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2020년 4월부터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두통 환자의 경우 병력이나 신경학적 검진을 통해 뇌질환이 의심되지 않는 경우가 90% 이상이고, 보험기준에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 대개 MRI를 처방하지 않는데, 왜 MRI를 처방해주지 않느냐고 환자와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나라 MRI 보급률은 OECD 가입국가의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되며, 건강보험 재정은 한계가 있고 비용·효과를 따져야 하므로 무분별한 시행은 바람직하지 않다. 2013년에 개봉된 영화 ‘엘리시움’을 보면 상류층 가정집에 MRI 스캔을 통한 진단 및 치료까지 가능한 의료용 캡슐이 등장한다. 언젠가 우리 미래에 그런 세상이 올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두통 환자는 언제 MRI를 찍어야 하는가. 머리가 아프면 우선 뇌 속에 병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작 뇌 자체는 통증을 직접 느끼지 못한다. 뇌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두통의 경우, 주로 뇌를 싸고 있는 뇌막이 자극될 때 또는 뇌혈관이 자극될 때 통증이 오게 된다. 그리고 두통 전에 운동이나 감각마비, 언어장애 등의 인지기능저하, 발작, 복시나 시야장애, 보행 및 균형감 상실 등과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한 두통이 발생한 경우(예: 뇌종양, 뇌경색, 뇌내출혈)는 뇌영상을 꼭 찍어봐야 한다. 이외에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갑자기 발생한 깨질듯한 두통(예: 뇌지주막하출혈, 혈관박리), 기침이나 힘주기 등으로 유발되는 두통(예: 가역성뇌혈관수축증후군), 감기나 장염 증상 없이 고열/구토를 동반하는 두통(예: 뇌수막염), 수일이나 수주에 걸쳐 점차 두통이 심해지는 경우(예: 경막하출혈, 수두증)에는 반드시 MRI 등 뇌영상을 시행해야 한다.

또한 일부 질환(예: 혈관박리, 가역성뇌혈관수축증후군 등)들은 뇌영상에는 이상이 없고 뇌혈관영상에서만 이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이러한 경우 MRA 또는 CTA 등 뇌혈관영상을 포함하는 영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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