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승진의 혐의는?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0여명에게 접근해 노출 영상을 받은 뒤, 이를 이용해 협박하면서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 300여편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SNS에서 알게 된 12살 여아와 성관계를 한 혐의도 있다.
안씨는 자신이 제작한 성착취물을 다른 영상물과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문형욱을 알게 됐고 피해자 협박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지난해 3월 문형욱 지시를 받아 피해자 3명을 협박하는 등 아동 성 착취물제작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이 도주해 추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아동 성착취물 1000여개를 유포하고 관련 성착취물 9200여개를 소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오금식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안씨는)돈을 준다는 명목으로 일단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했다”며 “더 이상 협조하지 않으려는 피해자에게 협박하는 방법으로 계속 (성 착취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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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문형욱을 수사하던 중 안씨가 n번방 성 착취물을 유포하고 문형욱과 피해자들을 협박한 정황을 발견했다. 여러 디지털 증거 등을 토대로 조사해 자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8일 내부위원(경찰관)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안씨의 범행수법, 피해 정도, 증거관계, 국민의 알권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성착취물 사건으로 신상이 공개된 경우는 ‘박사’ 조주빈, ‘부따’ 강훈, ‘이기야’ 이원호, ‘갓갓’ 문형욱에 이어 안씨가 다섯번째다. 경찰은 n번방 사건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안씨의 닉네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 안승진, 범행 이유에 “음란물 중독이다”
안씨는 23일 대구지검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기 전 안동경찰서 앞에서 포토라인에 섰다. 모자와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170cm가 되지 않는 작은 키와 마른 체형의 안씨는 안경을 쓰고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찰이 앞서 공개한 과거 사진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 안씨는 몸을 떨면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왜 계속 범행을 저질렀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갓갓이랑 연락한 이유가 따로 있냐’는 질문엔 “성적 호기심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씨가 범행이유로 언급한 ‘음란물 중독’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채널A 뉴스에서 “안씨가 다룬 것은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어린 아이들을 위협하고 유인해서 성착취물을 만든 거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의 피해 심리에 대해서는 상상도 못하는 지경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4일 OBS 뉴스에서 “음란물 중독은 성에 대한 관심, 행동이 병적으로 지나친 것을 이야기한다. 성의 충동적인 욕구가 이 사람이 평소가 갖고 있는 열등감에 대한 보상 행위로 나온다고 해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기에 음란 중독증이 된다면 폐해가 엄청 크다. 뇌에 보상회로가 있는데 그게 변해서 음란물을 보면 도파민 호르몬이 나와 더 큰 쾌감을 추구하게 되는 거다. 문제는 이런 걸 지속하게 되면 거기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더 자극적인 걸 추구하게 된다. 이런 걸 감소하면 과민반응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음란 중독증 환자들은 인간관계, 대인관계, 학습, 직업 등이 다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지금 n번방과 관련있는 피의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음란 중독증이라고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특별히 처벌이 약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