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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1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여는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방한하는 보커스 전 주중대사는 14억 2000만명 중국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관세폭탄에 이어 화웨이 봉쇄·환율 상계관세 등 대중 압박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중국 내부에선 ‘애국주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대장정’을 강조하자, 관영 중국중앙(CCTV) 등 방송국에선 연일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방영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엔 ‘아이폰 구매·맥도날드 이용 금지’ 공문이 나돌고,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에선 ‘무역전쟁’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의 ‘암묵적 행동’에 민중이 ‘들끓는’ 중국 특유의 ‘보복전’이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커스 전 대사는 인터뷰 내내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중국은 시장의 빅 플레이어(big player)”라고 표현하며, 미국 기업에 미치는 ‘불매운동’의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한국 경제, 특히 한국 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는 “관세는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한국뿐 아니라 영향을 안 받을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수출 주도의 한국에도 막대한 악영향이 미칠 것은 자명하다. 특히 반도체 분야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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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갈등이 굉장히 악화한 상태다. (양국 관계가)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양국 경제에 무리라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내달 말 G20 정상회의서 양 정상이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은 없나.
△최근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50대 50’이라고 말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50% 미만이다.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트럼프·시진핑이라면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갈등은 국가 간뿐만 아니라 개인 간 요소도 있다고 봐야 한다. 양 정상 모두 체면을 중시한다. 체면으로 지킬 기회가 나타나기 전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체면을 지킬 기회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 등락에 예민하다. 무역갈등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갈등이 국가와 국민의 경제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더는 중국과의 협상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역전쟁의 끝은 미·중 모두의 패배가 될 것이다.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이라면 충분히 체면을 지킬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거다.
-화웨이 봉쇄책, 환율전쟁 시동에 중국은 어떤 대응책이 있을 것 같나.
△중국은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빅 플레이어다. 다른 분야에서 미국의 약점을 잡을 것이다. 예컨대 애플을 곤경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중국국민의 ‘애국주의’는 무시할 수 없다. ‘왜 외제를 쓰는가’라는 식의 불매운동이 시작된다면 애플뿐 아니라 타격을 받을 기업들은 수두룩하다.
-결국 파국을 예상하는 것인가.
△아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고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무역갈등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관세는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한국뿐 아니라 영향을 안 받을 나라는 거의 없다. 데이터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수출 주도의 한국에는 막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분야가 걱정된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강온 양면전술’은 어떻게 평가하나.
△긍정적 요소도 분명히 있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새로운 ‘화술’을 선보이며 상대를 곤경에 빠트리는 경우다. 그러나 문제는 내뱉은 말이나 계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다른 국가들에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내년 미 대선이 무역협상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나.
△확실하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 더 나아가 세계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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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외교에 적극적이지도 않은 데다 관계유지에도 소극적인 편이다.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면 관심을 보이다가도 곧 흥미를 잃어버리곤 한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대표적이다. 정책 관련 분야에 대한 경험부족 탓이다. 지난함을 요구하는 북·미 대화에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물 건너간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별로 (북한문제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제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도 내 전망이 틀렸으면 좋겠다.
-한·일 관계가 극도로 나빠졌다. 미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나.
△내가 말하지 않았나. 특별한 이유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런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본다. 전쟁에서 미국이 득 볼 게 있는가. 그건 이란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치러야 할 목적도 없다. 기억해야 할 대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을 철수시키는 중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맥스 보커스는 누구?
6선 상원의원 출신(몬태나·민주) 출신으로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중 대사를 지냈다. 상원 재무위원장·조세공동위원회 부위원장·농림상원위원 등을 거친 대표적 무역·통상분야 전문가다. 그의 손을 거친 자유무역협정(FTA)만 11개에 달한다. 본의 아니게 한국에겐 과거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사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에서 “쇠고기 주산지인 몬태나주가 지역구인 보커스는 노골적으로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를 연계시켰다”며 “한·미 FTA 타결을 원했던 부시 행정부로서는 보커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썼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세금·환경·의료·총기 등 각종 이슈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