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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월 중순이니 이럴 때가 됐다. 겨우내 쌓인 눈이 슬슬 녹아내리며 청명한 하늘색과 극적인 조화를 이뤄내는 풍광. 인적 없는 산등성이에 한두 채 들인 오두막 뒤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의 강건한 자태. 머리에 얹은 눈을 털며 겨울도 털어낼 준비를 하는 먼 산과 언 땅.
겨울풍경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가 이원희(63)가 경북 안동 천주마을에 다녀왔나 보다. 2008년부터 강원 정선과 설악, 안동 등을 돌았다는 스케치 여정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하지만 난삽한 이미지에 오늘도 온통 시선을 뺏긴 중에 발견한 설경산수라니, 이젠 경외감까지 생길 듯하다.
인물과 풍경, 양쪽을 자유롭게 오가는 작가. 그는 마음에 꽂히는 인물화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풍경화를 그린다. 마음이든 가슴이든 이유는 하나다. 속 깊은 묘사다. 외면과 내면 모두를 꿰뚫는 붓질이니까. ‘천주마을에서’(2018)라면 설명이 될까.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서 여는 기획전 ‘이원희의 겨울풍경’에서 볼 수 있다. 6호 크기의 눈 그림 100점만으로 전시장을 빼곡히 채웠다. 캔버스에 오일. 27.3×40.9㎝. 작가 소장. 노화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