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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보유세 폭탄’ 공포에 떨고 있다. 올해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대부분 50% 이상(서울 기준)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도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많게는 두 배 이상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토지·주택·건물 등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매년 재산세와 종부세가 부과된다. 이 둘을 통칭해 ‘보유세’라고 한다. 보유세는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 비율, 세율 등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부동산 가격(시세)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도 오를 수밖에 없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매매가격이 많이 올라 서울 전역에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단독주택보다 더 많이 올랐다. 단독주택이 6.59% 오른 반면 아파트 매매가격은 8.03% 뛴 것이다(한국감정원 조사). 따라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없이 집값 상승분만 반영해도 오름 폭이 훨씬 커지게 된다.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10.19%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공시가격 인상률은 이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8.4%나 치솟은 적이 있다. 업계에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뿐 아니라 집값이 많이 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부 강북지역에서 아파트 한 채만 가졌더라도 올해 보유세 부담이 전년보다 최대 5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가장 논란이 되는 대상은 집 한 채만 갖고 있지만 최근 집값 급등으로 덩달아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고가 1주택 소유자들이다. 시세 17억~20억원짜리 ‘비싼 집’에 산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세금 폭탄’을 맞아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더욱이 특별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의 경우 갑자기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싼 집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를 판이다.
집 두 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는 몰라도 실거주하는 1주택자라면 보유 자체에서 얻는 이익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들은 매매를 통해서만 이익(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살고 있는 집이 비싸진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렇다보니 집 한 채가 전 재산이고 마땅한 소득도 없는 강남권 은퇴자와 노인들 사이에서는 ‘집 한 채 가진 게 죄냐’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에 사는 ‘1가구 1주택자’ A씨(62). 그는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집을 팔아 차익을 얻은 것도 아니다”며 “몇 년 전 대출금을 최대한 끌어다 내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데 이젠 빚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차단할 목적으로 설계된 세금이다.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사재기하는 등 주택시장을 왜곡하고 자산 불평등을 키우는 다주택자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수십억 원을 넘나드는 호화주택 소유자라면 모를까 아끼고 모아서 중년에 집 한 채 장만한 사람에게 집값이 좀 올랐다고 과도하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다.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이 세금이 급격히 오를 경우 조세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자산 가치에 걸맞는 세금(보유세)은 내야겠지만, 고가 주택이라는 이유로 세금 폭탄의 희생양을 삼아선 곤란하다.
소득이 적은 은퇴자나 고령층에게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을 많이 물리는 것은 조세 정의에도 맞지 않다. 거주 목적의 집 한 채만 가진 이들을 투기꾼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1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은, 그것이 고가이든 저가이든 간에, 삶의 터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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