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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 관리 나몰라라..'일촉즉발' 인천공항

이재호 기자I 2015.10.19 00:30:00

반입물량 대부분 규정외 공간 보관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항공기에 실려 국내로 들어온 위험물들이 무분별하게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폭발과 화재 등의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관련 기관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위험물들이 안전시설인 위험물터미널을 거치지 않고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인화성·가연성 물질과 폭발물 등을 6종류로 구분해 위험물로 분류하고 있다.

매월 인천공항으로 반입되는 위험물 400여t 가운데 위험물 터미널로 운반되는 물량은 10t 미만으로 집계됐다. 관세청의 보세화물 관련 고시는 위험물을 공항 내 지정된 장소에 보관토록 하고 있으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화주(화물의 소유주)의 편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위험물을 인천공항에서 40km 이상 떨어진 김포공항 인근 창고로 옮겨 보관하고 있다. 위험물을 실은 차량이 장거리 이동할 때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 특히 일부 항공사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내에 별도의 옥외 저장소를 만들어 위험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안전시설은 전혀 없다.

위험물이 일반화물로 둔갑하는 때도 있다. 항공사들은 ‘입항 전 수입신고(PREC)’와 ‘입항 전 보세운송(PRET)’ 제도를 적용해 위험물을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들여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험물이 일반화물 창고를 통해 화주에게 전달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긴급한 화물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취지의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셈이지만 인천공항세관은 위험물에 대한 면밀한 심사 없이 반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항공사들은 여전히 화주들을 상대로 PREC와 PRET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독려하는 중이다.

공항 운영 주체인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도 “우리는 위험물 터미널을 사업자에게 임대해 주고 있을 뿐”이라며 “위험물 관리는 해당 사업자와 항공사가 책임질 문제”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공항의 위험물 관리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관세청은 지난달부터 ‘항공 위험물의 효율적 처리절차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항공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아직 확정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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