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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런 군대에 자식을 어떻게 보내나

논설 위원I 2015.09.14 03:00:00
군부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터에 또 수류탄 폭발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군은 구타나 성폭력, 총기사고 등이 터지면 어김없이 ‘기강 확립’을 되뇌지만 그때뿐이고 실제 나아지는 기미는 엿보이지 않는다. 자식이 군복무 중이거나 입대를 앞둔 부모들은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기 마련이다. 이런 군에 어떻게 마음 놓고 자식을 보내겠는가.

며칠 전 대구 육군 제50사단 신병훈련장에서 발생한 수류탄 사고는 불량품이 원인으로 의심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수류탄 투척훈련 도중 훈련병이 통제관의 지시에 따라 “안전핀 뽑아”, “던져”라고 외치며 팔을 뒤로 젖히는 순간 수류탄이 터졌다고 한다. 부주의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면 기강보다는 불량품 탓일 공산이 크다.

문제의 수류탄이 불량품이라는 심증은 더 있다. 작년 4월 정기 탄약시험에서 30발 중 6발이 제한시간 5초가 아닌 3초 미만에 폭발하는 치명적 결함을 드러냈고, 작년 9월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사상자 3명이 발생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조사에 착수해 제품 결함을 밝혀냈지만 불합격 수류탄이 생산된 2011년도분 제품 6만발만 폐기됐다. 이 수류탄은 2010년부터 100만발이 납품됐고 아직 25만발이 재고로 남아 있다.

제품 결함이란 곧 납품 비리와 직결된다. 방산 비리는 육·해·공군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이 통영함 납품 비리로 나란히 재판을 받을 정도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최근에는 북한군 AK소총에 뚫리는 불량 방탄복을 납품한 업체가 방위사업청과의 수의계약으로 신형 방탄복을 또 공급한다고 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군은 수류탄 훈련을 전면 중단하고 재고품 전수 조사에 착수한다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불량무기 납품으로 아군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사기를 저하시켜 전투력을 떨어뜨린다면 이적행위를 넘어 반역에 해당하는 중죄다. 이번만큼은 책임자들을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림으로써 방산비리 척결 의지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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