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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넘어선 기업]⑤세상에 없던 침구청소기로 일본을 제패한 기업

김영환 기자I 2015.08.26 02:55:00

레이캅.2012년 일본 진출해 침구청소기 개념 알려
우수한 제품력 바탕으로 신개념 도입..청결한 일본인 침구문화 공략
매출(지난해 1908억) 대다수가 일본서..올해 MS 50% 가량
지난해 파나소닉 올해 히타치 샤프 도시바 등도 시장 진입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흔히 일본을 가전제품의 천국이라 부른다. 다양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기발한 제품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그러나 일본 소비자들은 자국 기업에 대한 애정이 높아 외국 업체가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만의 천국’인 일본 가전제품 시장에서 단순히 시장 점유율 1위에 그치지 않고 시장 자체를 창조한 국내 강소기업이 있다.

침구청소기 제조회사 레이캅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이 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침구청소기라는 하나의 제품군(群)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레이캅코리아는 3000억원 남짓으로 추산되는 일본 침구청소기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이 시장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레이캅코리아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2년 가까이 침구청소기 판매 부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만 누적 판매대수도 300만대를 돌파했다. 2013년 일본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하는 히트 상품 베스트 30에서 국내 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8위에 오르기도 했다.

레이캅코리아가 일본 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이 높아서만은 아니다. 일본 가전 시장에 ‘침구청소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레이캅코리아는 어느 가전업체도 도달하지 못했던 곳에 큼지막한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해 파나소닉을 필두로 올 상반기 히타치, 샤프 등 내로라하는 일본 가전업체가 레이캅코리아를 따라 침구청소기를 내놨다. 오는 9월에도 도시바가 침구청소기 론칭을 준비 중이다.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는 “가전제품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는 일본인들의 습성이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됐다”며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사진-레이캅코리아 제공)
이성진(45) 레이캅코리아 대표는 제품의 기술적 우위와, 일본인들의 생활 문화 공략, 그리고 운을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이 대표는 일본 시장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가전제품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라며 “오히려 한국과 달리 조금 생소한 브랜드라도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력이 좋으면 구입해 써보는 사람이 많다”고 평했다.

레이캅은 의사 출신인 이 대표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제품이다. 침구에 붙은 집먼지 진드기나 미세먼지, 꽃가루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유해물질을 걸러내 병을 예방한다. 스프링, 냉간단조 제조업체 부강샘스(현 레이캅코리아)에서 많은 반대의견에 맞서 확장했던 침구청소기 사업이었기에 제품의 만듦새에 더욱 주력했다.

침구에 있는 살아있는 진드기 제거하기 위해 레이캅은 진동 펀치로 진드기를 떨구고 자외선로 살균한다. 브러쉬 흡입으로 진드기를 빨아들이는 타사 제품에 대비해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다. 이 대표는 “경쟁사 제품은 기존 바닥 청소기 기술을 도입한 제품”이라며 “기술력에서 레이캅만한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진출을 결심했을 때 이 대표는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침구는 각 나라 문화마다 그 형태와 내용물이 조금씩 다르다. 이 대표는 각 나라마다 고유한 침구를 1년에 수 백장씩 구입해 1만번이 넘는 실험을 거쳐 현지에 가장 알맞는 제품을 내놓는다. 실제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되는 레이캅은 각 나라의 침구에 맞게 최적화돼 있어 기능이 다소 다르다.

이 대표는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해 수 만번의 실험을 거친다”며 “침구청소기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밖에 실험을 진행할 수 없어 수 만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가장 최적의 포인트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싱글베드 기준 3분 청소에 90% 이상 이물질을 제거해야 레이캅 침구청소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평소 침구를 자주 햇볕에 말리는 등 침구 청결과 위생을 중시하는 편이다. 레이캅코리아가 주목한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침구 청결에는 신경을 쓰지만 이를 도와줄 별다른 가전제품이 없었다는 점이 일본에서 레이캅코리아의 성공가능성을 높였다.

실제로 레이캅은 제품을 실제로 사용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갔다. 이 대표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한 이유다. TV 방송에서 유력 연예인들이 레이캅의 필요성을 알렸고, 순수하게 제품을 홍보해주는 방송에서 제품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여러차례 제품이 언급되면서 판매가 급격히 늘어났다. 일본에 진출했던 2012년 538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13년 1368억원, 2014년 190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일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위기 상황”이라고 말한다. 후발 업체의 추격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것은 예측했지만 예상보다 시장의 크기 자체가 늘고 있지 않아서다. 한때 95%에 육박하던 레이캅코리아의 일본 매출은 이제 50% 가까이 내려왔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 침구청소기를 사용하세요’라는 감성 마케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레이캅이 왜 다른 침구청소기보다 우수한가’를 보여주는 마케팅으로 전략을 바꾸려 한다”고 전했다.
레이캅코리아 매출 추이(단위, 억원) 자료=금감원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시장 개척에도 힘을 쓸 생각이다. ‘일본에서 히트친 제품’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보다 많은 나라에 레이캅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한 나라에 팔더라도 제대로 제품을 팔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일본에서 거둔 성공 노하우를 중국에도 접목, 시장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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