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뢰브 독일 월드컵축구팀 감독이 14일(한국시간)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은 뒤 밝힌 소감이다. 독일은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이후 24년 만에 정상을 정복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월드컵 통산 4번째 우승.
독일의 월드컵 우승은 최근 미래 좌표를 잃고, 저성장의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소중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의 월드컵 정상 탈환 이면엔 치밀한 중장기 계획이 큰 밑거름이 됐다. 독일은 1990년 월드컵 우승 이후 1994년, 1998년 대회에선 잇달아 8강에서 탈락하며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때 독일 축구계가 절치부심하고 들고 나온 게 독일축구의 대대적 혁신을 위한 10개년 계획이다. 독일 축구가 최고라는 자만에서 벗어나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다. 이후 독일 프로축구리그인 분데스리가와 독일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 사활을 걸었다.
뢰브 감독에게 장기간 사령탑을 맡겨 ‘10년대계’를 지속 실행할 수 있게 뒷받침했다. 뢰브 감독은 2년 대표팀 코치경력을 포함해 올해로 11년째 독일 대표팀을 맡고 있다. 장수감독은 독일축구팀을 ‘원팀 원 스피릿’으로 융합시키는 발판이 됐다.
이에 비해 한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수난의 ‘단명(短命)’ 자리다.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 뒤 지금까지 8명의 대표팀 감독이 교체됐다. 대표팀 감독의 평균 재임 기간이 불과 1.5년이다. 사령탑이 거의 해마다 바뀌는 상황에서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플랜은 언감생심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중장기 계획을 중시하는 것은 독일기업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독일에 수 백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들이 유독 많은 것도 “단기성과보다 사업의 중장기적인 측면을 우선하는 경영문화가 자리잡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경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화학 및 제약업체 머크의 미하엘 그룬트 한국법인 대표는 “눈 앞의 이익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생존을 최우선시 한다”는 점을 독일 장수기업의 비결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는 한국기업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독일 축구의 ‘실력 우선주의’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독일 대표팀에선 실력으로 모든 걸 말한다. 인종과 출신국가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순수혈통만을 고집하던 독일축구가 혼혈주의를 채택하며 다국적 드림팀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도 지난 1990년대 부진이 계기가 됐다.
터키계 외질, 폴란드계 클로제와 포돌스키 등 이민 세대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클로제는 이번 대회서 2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통산 개인 최다골인 16골을 달성했다. 독일우승의 주역으로 첫손에 꼽힌다. 반면 한국 축구는 이번에도 이른바 ‘의리 축구’가 도마위에 올랐다.
인재가 전부인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들을 대거 중용해 ‘다국적 드림팀’을 구성하는 것은 필수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아직까지도 “무늬만 초일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를 곰곰히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고집하는 것은 이제 축구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패망의 지름길이다.
독일 축구 우승은 탄탄한 인재 풀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미래 축구 동량이 될 독일 유소년 축구클럽 숫자만 무려 10만 개에 육박할 정도로 저변이 무궁무진하다. 반면 한국은 1500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유소년 축구클럽 소속 선수만 독일만 200만 명, 한국은 3만 명 규모다.
가장 뛰어난 유소년 축구선수만을 엄선해 프로리그에서 수년간 담금질한 후 이중에서 최고기량을 검증받은 선수만을 월드컵에 내보내는 독일축구가 최고봉에 오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유럽경제의 ‘수호신’이자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 경제도 독일 축구대표팀을 빼닮았다. 프로리그 선수들이 대기업이라면 유소년 축구클럽 선수들은 강소기업이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 불리는 독일의 강소기업은 모두 1307개사에 이른다. 이는 세계 히든 챔피언(2734개사)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독일 기업매출의 35.9%를 차지하면서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당당하게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는 대기업으로 도약할 후보군 1순위이기도 한 이들 강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경제의 저변은 독일과 비교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히든 챔피언은 23개사에 불과하다. 여기에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 집단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기업풀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과 현대차 두그 룹 매출액은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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