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취임 후 세번째 양자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25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3자 회담을 한다. 오바마 대통령과는 두번째 회담이며, 아베 총리와는 첫 회담이다. 한·일 정상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은 22개월 만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외교력이 주목받고 있는 무대인 헤이그는 네덜란드의 실질적 수도이자 정치 중심지다. 한국인들에게는 구한말 비극적인 역사의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헤이그는 많은 국제회의가 열린 곳으로 1899년과 1907년에는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다. 1907년 제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릴 당시 고종황제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3명을 황제 특사로 임명해 만국평화회의 의장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1905년 일제의 강압과 협박으로 체결된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주장할 것을 지시했다.
이들은 2개월의 긴 여정 끝에 헤이그에 도착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와 열강 정부 대표들의 냉대, 무관심 속에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분함을 이기지 못한 이준 열사는 객지에서 숨을 거뒀다. 이 사건으로 일제로부터 퇴위를 강요받은 고종 황제는 결국 순종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면서 헤이그의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에게 “1907년에는 나라를 빼앗긴 마당에 (헤이그 회의에) 입장도 안 시켜줘 그분들 심정이 터질 것 같았을 것”이라며 “100년이 지난 후 우리 모습에 여러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헤이그는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 때도 거론된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의 법적인 해결을 주장하며 법적 해결 무대로 제시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 곳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