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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비극의 사슬` 끊어야

안승찬 기자I 2012.06.05 07:25:02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한쪽의 주장이지만, 벌써 56명째다. 삼성전자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으로 숨졌다는 희생자의 숫자는 이렇게 쌓였다.

지난 2일 윤모씨(31)가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윤씨는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지난 1999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꽃다운 나이였다. 그녀는 삼성전자(005930) LCD 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패널을 자르는 일을 맡았다.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그녀는 입사 다섯달 만인 그해 10월 갑자기 쓰러졌다.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골수조직이 지방으로 대체되면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는 혈액질환이다.

발병 직후 퇴사한 윤씨는 지난 13년간 수혈을 받으면 생명을 유지해왔고, 최근 상태가 악화돼 결국 지난 2일 밤 늦게 생을 마쳤다.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시민단체 `반올림`은 "윤씨가 생전에 시큼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화학물질이 묻어 있는 패널은 직접 잘랐고, 그 과정에서 미세한 유리 가루가 날렸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한다.

반올림은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발암성 물질이 발병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윤씨처럼 삼성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숨진 희생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게 반올림의 주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윤씨처럼 재생불량성빈혈 증세를 보인 김모씨(37)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업무상 재해라는 점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지난 2월 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 극소량이긴 하지만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가 검출되기도 했다.

삼성도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이긴 마찬가지다. 아직 어떤 조사를 통해서도 업무 환경과 질병의 연관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발암 물질 검출량이 기준보다 낮아 평균 8시간씩 평생 근무해도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석을 달았다.

의혹만으로 사업을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삼성 반도체의 백혈병 논란은 유가족과 삼성 모두에게 비극이다. 이들은 죽음과 해명이라는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 언제쯤에나 벗어날 수 있을까.

'죽음의 공장'이라는 의혹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결국 삼성의 몫이다. 자신있게 외치던 '백조는 흰색'이란 과학적 이론은, 단 한 마리의 검은 백조로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점에서 재조사하고 대화해야 한다. 그게 유가족과 묵묵히 반도체 라인에서는 일하는 수만명의 삼성 직원을 위한 회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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