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회사원 최 모씨(34)는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혜택이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전업계 카드사인 S카드사에 문의를 했다. 그러나 신상품을 찾아볼 수 없는데다 그나마 기존 체크카드라도 A은행 계좌가 아니면 결제는 할 수 있어도 현금인출은 불가능하다는 직원의 설명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최씨는 그동안 주로 이용해왔던 B은행의 체크카드를 발급 받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활성화를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 계좌가 없는 전업계 카드사들은 신상품을 제대로 출시하지 못하고 있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계좌를 개방하고도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현금인출 기능은 제한하는 등 사실상 전업계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하나SK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올 들어 다양한 체크카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체크카드 부문 업계 1위인 KB국민카드는 올해만 약 216만장의 체크카드를 신규로 발급했다. 올 1분기 체크카드 이용실적도 4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올 초 출시한 `울랄라 노리 체크카드`는 `슈퍼스타K 시즌3`의 우승팀인 울랄라세션 멤버들의 얼굴을 카드에 새겨 넣어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국민은행의 예·적금 상품과 연계하는 등 지주회사 차원의 연계 마케팅도 고객 유치에 한 몫했다.
신한카드도 신용카드 수준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참(Charm) 신한 체크카드`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200만장에 가까운 체크카드를 발급했다.
하나SK카드 역시 올해 출시된 `메가캐쉬백2`와 `아이사랑` 등 신상품을 내세워 올해 총 80만좌를 유치했다. 아직 우리은행 내 사업부 형태로 남아있는 우리카드도 올해 52만장을 신규로 발급하는 등 총 108만좌의 체크카드를 발급했다.
반면 전업계 카드사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올해 체크카드 발급 건수가 평균 20~30만좌에 그치면서 은행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업계 카드사들은 체크카드 발급 건수도 공개를 꺼리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발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시중은행들과의 원활한 협조관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계좌는 개방했지만 현금인출 기능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조건을 달아 체크카드 발급 문턱을 높이고 있는 상태다.
하나은행 정도가 현대카드 등과 현금인출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실무협의만 반 년 가까이 흐르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업계 카드사의 한 임원은 “시중은행들이 현금인출 기능 부여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다”며 “올 들어 제대로 된 체크카드 신상품 조차 출시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전업계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발급에 비협조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추가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선 금감원 중소서민금융 국장은 “은행들이 계좌 전면 개방과 함께 현금인출 기능을 제대로 부여하고 있는 지 점검해 보겠다”며 “다만 전업계 카드사들이 제대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은행 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