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자수첩]박원순 물산업 정책은..오세훈 재탕?

이민정 기자I 2012.03.20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20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서울시가 환경부를 비롯해 몇몇 민간기업과 해외 물 시장 공략을 목표로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첨단 정수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서울시는 기술 시험용 정수장을 제공하고, 환경부는 해외 진출의 행정 지원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서울시가 배포한 ‘서울시, 환경부·물기업과 손잡고 해외 물 산업 진출한다’는 자료의 상당부분을 박원순 시장의 소감에 할애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서울시가 그만큼 힘을 쏟고 있는 사안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따져보면 서울시가 박 시장의 공로로 부각시키려는 물 산업 해외 진출 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앞서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했다. 추진 방법과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영등포 아리수 정수센터를 완공하며 환경부,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기업이 개발한 물 관련 기술을 정수장에 적용해 오고 있다.

서울시가 새로운 것인양 발표한 내용은 이미 추진해오던 정책을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진행해오던 내용을 쏙 빼고 환경부, 민간기업과 연계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처럼 과장했다는 평가다.

실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물 사업 해외 진출을 목표로 이전에도 기업과 협력해 기술 개발부터 정수장 공동 운영까지 해오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기존 내용을 확장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상수도본부는 ‘100년의 역사와 운영 노하우’를 자랑하지만 해외 진출의 경우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수도 시설 운영관리 분야에서 해외 사업을 따낸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 박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신규 이익 창출을 끊임없이 강조하자, 서울시가 실적 창출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데 급급한 게 아닌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 산업 해외 진출 발표 이후 상수도본부가 실적을 내면 오세훈 전 시장 당시 씨를 뿌린 사업이라고 해도 박원순 시장의 업적이 된다. 이번 발표에서 서울시가 의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 재탕은 언론과 시민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홍보 재탕 문제도 낳는다. 서울시가 이전부터 시행해오던 사업을 새로운 사업인 것처럼 홍보자료를 작성한다든지, 실적을 과장해 홍보자료를 만든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소하게는 수치나 문의 전화번호가 틀려 몇번의 수정을 가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듯 서울시는 조만간 부서별로 홍보자료 작성법에 대한 일제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1000만 서울 시민들이 한층 정확해진 서울시의 정책 내용을 접할 수 있을지 기대해도 될까.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