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5년만에 부활한 첫 정규직 고졸이란 사실에..”

이준기 기자I 2011.11.23 09:00:00

산업銀 정규직 고졸 예비행원 신미선양 인터뷰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단골 고객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 달성이 제 목표에요. 창구를 찾는 고객마다 `신미선`이란 이름을 찾게 하는 그런 행원이 될 겁니다”
 
산업은행의 정규직 고졸 신입행원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신미선(여·18)양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했다. 하지만 아직 합격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듯 말끝에선 떨림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신양은 15년만에 부활한 산은의 고졸 공개 채용을 통해 13:1의 경쟁률을 뚫고 오는 25일 예비소집을 앞둔 예비 행원. 현재 경북 밀양 밀성제일고교 3학년생인 그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은행원이란 상상속의 직업일 뿐이었다.    
 
“우리나라 대표 금융기관에 취직을 할 줄은 꿈도 못 꿨어요. 사실 다른 회사에서도 면접을 봤지만 `대학부터 가는 게 어떠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산업은행에서도 퇴짜를 맞을 줄 알았는데 저의 당찬 모습이 어필한 것 같아요.”
 
산업은행은 22일 주요 은행 중 처음으로 모든 고졸 출신 신입행원 5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외환위기직후인 97년 이후 사실상 모습을 감췄던 은행권의 정규직 고졸 행원을 15년만에 부활시킨 셈이다.
 
그래서 신양은 자신을 자랑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고졸 후배들에 귀감이 돼야 한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는 “고졸 출신들도 대졸 못지않게 뭐든 잘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신양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경험했다. 주변으로부터 쌍거풀 수술과 보톡스를 맞으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금융지식을 쌓으며 내실을 다진 게 더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사실 저는 몸이 통통한 편이라 이번에도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다른 회사와 달리 산업은행에 들어서니 주차요원부터 최종면접관까지 모두 친절을 베풀어주셨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때 여기서 뼈를 묻어야겠다고 다짐했죠.”
 
신양은 일과 함께 학업도 병행할 생각이다. “업무와 공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은행원으로서 더 많은 발전을 하기 위해 공부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산은은  이번에 뽑은 고졸 행원들에 대해 은행비용으로 정규대학 과정을 지원하고, 졸업 후 대졸출신과 동일한 직무경로를 밟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줄 방침이다.
 
신양은 고향인 경북 밀양에서 합격자 통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핸드폰에 `국번 02`로 시작하는 번호가 뜨자 의례 대출모집을 권유하는 전화인 줄로만 알았지만, 합격자 통지란 걸 확인하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10년 후 `단골 고객 100명 만들기 프로젝트`를 달성해 지점을 찾는 고객마다 `신미선`이란 이름을 찾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부모님이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빗나가지 않게 키워준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꼭 최고가 될 겁니다. 아울러 저를 인정해주고 뽑아준 산업은행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