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14th SRE 노치업]여천NCC `꿈의 직장`

박보희 기자I 2011.11.02 08:25:30

대림-한화 동맹

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여천NCC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건이 있었다. 여천NCC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어떤 회사인지 문의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연봉순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게다가 전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19.5년에 달해 상위 100개 기업 중 가장 오래 다니는 회사로 꼽혔다. 그만큼 회사가 탄탄하고 직원 만족도도 높다는 뜻으로 풀이돼 어떤 이들은 ‘꿈의 직장’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런 대외적인 평판이 당연하다는 듯 지난 4월 신용등급도 A+로 올라섰다. 지난해 4월 A를 회복하고 정확히 1년만이다. 여천NCC는 2005년 A로 올라섰지만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2009년 A-로 떨어졌었다. 이번 등급 조정은 실적과 영업현금흐름창출력이 좋아지고 차입규모는 줄어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최대의 기초유분 생산능력과 주주 계열사를 통한 안정적인 판매구조도 인정받았다. 신용평가사는 “우수한 사업경쟁력에 기반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를 만 했다는 평가다. 
 
기초유분 생산력 국내 1위

여천NCC는 지난 1999년에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이 함께 설립한 기초유분 전문 생산업체다. 두 회사가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공동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 국내 1위의 기초유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 내 입지는 탄탄하다. 기초유분은 합성수지나 섬유, 고무 등의 주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나눠지는데 여천NCC는 연간 191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에틸렌의 25%를 여천NCC가 생산했다.

매출의 70%가 양대 주주사를 비롯한 관계사에서 발생하는 만큼 판매 기반도 안정적이다.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 다운스트림(기초유분을 다시 분해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제품을 만드는 공정) 제품 생산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파이프라인(Pipe-Line)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 매출의 30% 정도는 중국 등 수출을 통해 발생한다. 신용평가사는 “국내 최대 기초유분 생산능력, 관계사 기반의 수요처 구성 및 안정적인 판매구조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도 “현금흐름이 좋고 이익잉여금이 많은 회사”라며 “안정적인 납품 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전망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익은 늘고 차입금은 줄고

지난해 말 기준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9년 말 4조831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6조3171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283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치다. 매출증가와 수익성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5200억원 규모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창출해냈다. 반면 순차입금은 줄었다. 2008년말 274%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년만에 107% 수준으로 안정을 찾았다. 60%를 넘어서던 차입금의존도도 31%로 돌아왔다. 신용평가사는 “주력 제품의 시황과 실적전망 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고비는 있었다. 지난 2008년 원재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여천NCC의 실적은 악화됐다. 비싸게 사놓은 재고 때문이었다. 유가가 떨어진 만큼 제품 가격도 하락, 재고로 사놓은 원재료 값보다도 제품 가격이 더 싸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 제품 값을 올릴 수도 없었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금융위기로 2008년 말 적자가 심하게 났다”며 “이 때문에 매출실적은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2009년 말 34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 수요는 늘고 가격은 안정을 찾아가는 등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나프타 값이 하향 안정된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의 가동률이 낮아져 공급량이 줄어든데다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에 힘입어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단일제품·과도한 배당 부담”

다만 전업 석유화학사로 기초유분에 집중된 사업 구조는 위험으로 지적된다. 경기변동에 따른 수익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를 열분해하여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사업) 업체가 기초유분 이외에도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생산하는 방식으로 다각화를 이룬 것과 비교된다. 신용평가사는 “한화케미칼 등 관계사가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여천NCC 입장에서 사업다각화를 이루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시황 변동에 따라 노출된 위험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수준의 배당금 지급도 재무구조에는 부담이다. 여천NCC는 매년 지주사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1조3000억원이었던데 비해 같은 기간 지급된 배당금은 1조원에 이른다.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에도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이 지급됐다.

배당금이 연초에 지급됐기 때문이었지만 2009년 `대규모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신용평가사는 당시 A였던 신용등급을 A-로 떨어뜨렸다.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익잉여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최근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도 변수다. 올초 시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화학경기도 좋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섣불리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거시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불안감이나 중국의 긴축 재정 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반기 좋은 실적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실적은 그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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