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월드 모라토리움에 따른 국내업체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두바이발 쇼크`는 개별 업종 리스크라기보단 마켓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두바이발 충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될 것으로 단정짓긴 이르다"고 평가하면서도 "추가 조정이 나올 수 있는만큼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 "두바이 쇼크, 금융위기 아픈 기억 떠올라"
두바이 쇼크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금융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연구원은 "두바이월드에 대한 직접적 익스포져가 크지 않고, 우리 증시에서 중동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을 보면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두바이 쇼크는 금융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위기와 두바이 쇼크는 과도한 투자와 버블의 붕괴라는 스토리가 흡사하고 금융시장의 반응 또한 비슷하다"며 "금융위기가 과연 치유됐는가라는 의구심마저 시장에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두바이 쇼크가 구조적 리스크에 해당되는만큼 빠른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조정 압력이 나올 수 있는만큼 시장이 안정된 이후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단 설명이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20일선을 하향 돌파하면서 새로운 지지선 구축이 쉽지 않고, 외국인에 철저히 의존했던 수급여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잔잔하게 마감할 것 같았던 연말 증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바이 쇼크를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움 선언이 두달전 프랑스 해운업체 CMA CGM의 사례와 비슷한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CMA CGM이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뒤 시장은 크게 놀랐지만, 곧바로 벌크선 운임지수 BDI가 100% 가까이 급등했고 컨테이너 운임지수 또한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움 역시 `앓던 종기가 터져버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두바이월드 파문이 얼마나 확대될지에 대해선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나 연계된 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금융위기와 같은 파생상품의 도미노식 부실확대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라는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확인됐듯 금융위기는 정부의 적극적 대처와 통화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지난해의 두려움을 떨쳐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美소비지표 주목해야"..틈새시장 노리는 전략도 유효
두바이 쇼크와 별개로 미국 소비지표를 계속해서 체크해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중현 연구원은 "두바이 쇼크의 파장이 크기는 하지만, 그간 진행됐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완전히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연말 소비경기 등 전반적인 경기동향에 대해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급격한 달러-원 환율 급등, 엔-원 재정환율 상승으로 형성되는 틈새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우 연구원도 "이번주에는 월말, 월초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집중돼 있다"면서 "국내 산업활동과 3분기 GDP 잠정치, 미국의 11월 실업률과 추수감사절 이후 소비지표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철 연구원은 "미국소비 특수, 산타 랠리 등 긍정적 신호들이 사라지거나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미국소비 둔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던 유럽계 자금이 이번 사건으로 위축될 수 있는만큼 향후 수급의 중심이 기존 외국인에서 투신 및 연금으로 옮겨갈 수 있을 지 여부 등을 체크하는 한주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